“정치를 한다는 건, 뻘밭에 몸을 던지는 일입니다”
“양쪽에서 다 털었지만, 나오는 게 없잖아요”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이 국가 위기의 끝자락… 미래를 보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의 시간’ 한가운데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소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정치의 복잡성과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러한 정치적 격랑 속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더욱 깊이 있는 온라인 인터뷰를 준비했다. <‘더’ 깊숙한 인터뷰>는 정치인의 신념, 태도, 그리고 정치철학을 면밀히 탐구하는 코너다. 질문과 재질문을 거듭하며 그들의 속내를 끌어내고, 이를 통해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2012년의 안철수와 2025년의 안철수는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 도중 이 질문을 받고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2012년 거세게 일었던 ‘안풍(安風)’의 당사자. “세대교체”와 “정치교체”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그는 13년이 지나도록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50%를 넘나들던 대통령 후보 지지율은 지금 쪼그라들어 1~2%를 오간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이미지가 변한 것을 ‘제3당’을 하면서 진보와 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받은 집요한 이미지 조작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자신의 의지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고 그는 몇 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세계일보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치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그의 답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이날 인터뷰는 사전 질문 없이 한 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안 의원의 답과 질문자의 질문은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편집했다.

―‘2012년’의 안철수하고 ‘2025년’의 안철수는 제가 보기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 걸까요?
“그건 이미지죠. 그때는 대학 교수였잖아요. 그러니까 적이 없었죠.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칭찬을 하죠. 정치인이 아니잖아요. 근데 이제 저는 그때 사실 그 상태로 있었으면 굉장히 편하게 살았을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모든 사람들이 알고 그리고 또 안랩이라는 회사가 건실하게 있어서 사실 먹고 사는 걱정도 없고 존경받고 이런 상황이었죠. 근데 주위를 둘러보면 청년들 삶이 점점 어려워졌어요. 특히 카이스트 교수할 때 제가 절감을 했습니다. 망하는 벤처 기업들이 너무나 많더라고요. 그러면 오히려 이 사회 문제 제도에 있어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건 정치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청년들 제대로 이렇게 살고 일자리 만들고 산업 활성화시키고 이걸 대학 교수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름대로 노력은 했죠. 전국을 다니면서 청춘 콘서트를 통해 수많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했는데, 제도가 안 바뀌니까 용기는 있지만 결국은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한 게, 정치에 뛰어든 거였습니다.
정치라는 이 뻘밭에 그냥 몸을 던져 가지고 온갖 오물을 다 묻히고 조롱받고 비난받으면서도, ‘그래도 내가 혼자서 남들 안 보고,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인생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돕는 인생이 더 값어치 있는 인생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사람들은 저를 보면 받는 인상이 ‘선하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저는 속으로는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다른 건 남보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 강단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저는 어려움을 견디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 건 자신 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견딥니다.

풀코스 뛰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요. 지금 300명 중에 풀코스 뛰는 사람, 저 혼자거든요. 의사를 하다가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벤처기업을 한다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자기 기득권, 편안함을 버리고 이렇게 가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금수저 아닙니다. 저는 제가 다 한 거예요. 의사도, 안철수연구소도 제가 만든 겁니다. 거기에 맞게 저를 도와줘서 제가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이 사회 구조, 또 각 계층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께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해서,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습니다.
나도 이제 사회 구성원의 한 일원인데,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그 생각이 어릴 때부터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의과대학 다닐 때죠.”
“V3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그게 참 보람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누가 이걸 쓸까’ 했는데 배포를 하니까 굉장히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보세요. 그러니 이걸 그만둘 수가 없는 거예요. 근데 그때 제가 의대 박사 과정 첫 학기여서 논문을 써야 되는데 만들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결국은 제가 시간을 만든 게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새벽 3시에 일어나 가지고 남들이 다 잘 때 이불 뒤집어쓰고 그 컴퓨터 앞에서 3시간 동안 막 컴퓨터 백신 만들어 가지고 컴퓨터 월간지 부록으로 해서 배포를 하기 시작했던 게 V3의 최초입니다. 1988년 6월 10일.”

―말씀을 듣다보면 2012년에 사람들이 안 의원님을 많이 좋아했던 계기를 반추해 보는 거 같네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지금 대표님을 그때보다 덜 좋아하는 걸까요
“제일 큰 이유는, 제3당을 오래 하다 보니 양쪽에서 이미지 조작을 굉장히 많이 했다는 겁니다. 2012년 대선 때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제1 타겟이 저였고, 2017년 대선 때는 드루킹의 제1 타겟이 저였습니다.
그때 증거를 지웠는데, 나중에 검찰이 한 달 뒤에 조사를 해서 발견한 댓글만 8천만 개였어요. 우리나라 유권자의 두 배죠. 그러니까 실제로는 한 10배 정도, 8억 개쯤 됐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해서 제 이미지를 계속 망가뜨린 거죠.
저는 정직하게 정치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정직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부정직하게 정치를 하면 되겠습니까? 제가 정말 만들고 싶은 사회는,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줄 제대로 선 사람이 새치기 당하지 않고, 땀 흘린 사람이 열매를 맺는 그런 사회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쓴다? 그건 아니죠. 2017년 대선 때 드루킹이 가능하다는 걸 제일 처음 알아챈 사람이 저예요. 제가 컴퓨터 전문가잖아요. 이건 명백한 범죄 행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대놓고 쓸 거라고는, 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안 의원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세상사라는 게 모든 인생사라는 건 한 가지 원인만으로 돼지는 않지요. 안 의원님 본인도 13년 동안 정치를 하시면서 수많은 선택들이 놓여져 있었을 텐데 어떤 선택에서 국민들이 안 좋게 바라보는 지점들이 있는 거 아닐까요.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이렇게 양당제로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 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파가 완전히 나뉘어 가지고 사람하고 상관없이 이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 당원들이 많죠. 제가 민주당에서 당 대표를 할 때 김한길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내가 도와줄 테니 민주당을 개혁해보자. 당 대표면 개혁할 수 있다’ 사실 그래서 저 거대 정당 중에 한 정당을 개혁할 수 있다면 그건 제가 바라는 거잖아요. 바깥에서 제3당으로 두 정당을 압박하고 고치려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능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게 성공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결국은 빨리 접고 나와서 국민의당을 차려 가지고 나름대로 성공했죠. 저는 ‘삼김(三金)’이래 독자적으로 최대 정당을 만든 사람입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있지만 저는 돈 안쓰고 국민들 열망을 정말 이루겠다는 진심 가지고 접근해 가지고 이렇게 만들었지요.”
“결국은 사람들이 저기 뭐라 그러나 드루킹을 포함해서 저한테 악의적인 공격을 해서 이미지를 바꾸게 만든 게 ‘안철수는 너무 약해서 국가 경영할 수 없어’ 이거거든요. 근데 약한 사람이 의사 그만두고 진짜 벤처 기업을 만들고 제대로 운영을 합니까? 38석짜리 그런 정당을 만듭니까? 어떻게 의사 그만두고 벤처 기업을 합니까? 13년 동안 정치 생활을 이렇게 계속 지속을 합니까? 이거는 저기 약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지금 속고 있다는 거죠.”
“지금 현대 사회에서 선(善)한 사람은 강(强)한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강하지 않으면 결국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고 악한 쪽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게 돼 있거든요. 근데 오히려 현대에서 악(惡)한 사람들은 약(弱)한 사람 같아요. 처음에는 자기는 착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주위 유혹이라든지 또 내가 내 우리 아이를 위해서 이거 이거 이거만 해야지 하면서 점점 빠져들어가서 결국은 사실은 나쁜 사람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착한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죠. ‘좋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를 역사 속에 만들어보고 싶다’ 똑같은 말씀 같네요.
“똑같은 생각이지요.”
―근데 제가 지금 느끼는 건 아까 질문하고 맥이 닿아 있는 질문입니다. 안 의원님이 요새 강함을 좀 많이 어필하시려고 하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일반 대중들은 안철수라는 사람의 선함이 없어졌구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고 계신 건 아닐까요
“아니요. 오히려 제가 강한 면들이 드러날 때 오히려 지지율들이 반등을 하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게 돼요. 제가 재작년에 전당대회 하면서 전국을 돌아 다녔거든요. 그때 알았던 게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인식들이 만나서 5분만 지나면 완전히 바뀝니다. 제가 말도 못하고 버벅대고 막 이렇게 수줍어하고 인상 찌푸리고 성질 더럽고 막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는 밝고 유쾌하고 즐겁고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 반짝반짝하는 좋은 아이디어들 막 이렇게 쏟아내니까 오히려 그거에서 굉장히 오해를 많이 벗었죠. 그래서 사실 저 재작년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그것도 100% 당원 경선에서 제가 거의 24% 받았잖아요. 그렇게 우리 당에 오랫동안 충성했던 그 책임 당원 25%도 제 진심을 알아주신 거예요. 저는 그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 보수 진영에 있는 많은 분들은 지금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반대를 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려는 그런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러니까 저 박근혜 대통령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니까 결국은 정권이 넘어갔잖아요.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탄핵을 당하면 정권이 넘어가 버린다. 특히 야권 주자 중에서 가장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재명 대표한테 그 권한이 넘어가게 돼 버리면 이거는 우리나라가 5년 후에 정말 완전히 그냥 다른 나라가 되거나 망하거나 그렇게 됐다는 생각이 한쪽에 있지요. 또 현재 이재명 대표가 막강한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근데 삼권 분립이라는 거는 사실은 입법 사법 행정이 서로 균형을 갖추고 견제를 하는 게 이상적으로 잘 이렇게 짜여져 있어야지 서로 기능을 제대로 작동 하거든요. 근데 지금 이미 과도한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대통령 권한까지 같이 주면 이거는 더 이상 민주주의 체제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지금 국회에서도 170석이라는 숫자도 문제지만 그 170명들이 거의 다 대부분 친명이라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위험하다고 보시나요?
“예 그게 굉장히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저도 제가 완벽하다고 생각 절대로 안 합니다. 제가 그거를 뼈저리게 깨달았던 게 회사 경영하면서 알았어요. 사람들하고 직원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는데 하다 보면 제가 설득 당해요. 제가 틀린 거죠. 그러면 그대로 하면 그게 더 옳은 결정이 되고 이런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하면 그 조직이 제대로 클 수가 없습니다.”
―이 얘기도 2013년에 얘기하셨던 거 같아요.
“그렇습니다.”
―불편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제가 들었던 생각은 의원님이 국민의당이라든지 바른미래당이라든지 이것도 이 당을 이렇게 다 하시면서 제일 많이 드셨던 비판 중에 하나가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으셨어요. 실제로도 그런 증언을 하거나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요. 좀 괴리가 있지 않나요?
“정치를 하다 보니까요. 비밀이 굉장히 잘 새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는 몰랐죠. 회사처럼 그렇게 다 같이 저기 같이 살아남아야 되는 공동체고 그 회사에서 월급 받으니까 어 저기 누구 직원을 의심할 필요는 없거든요. 정치는 다르더라고요. 정치는 월급을 주는 곳이 아니고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데니 비밀이 자꾸 새어 나가요. 그래서 정치를 하면서는 제가 몇 번 경험을 하면서 이제 그 레벨을 정하기 시작했어요. 정말로 모든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5명 그 사람이 코어 멤버예요. 코어 멤버 그다음에 중요한 일들을 시킬 수 있는 각 그룹에 있는 그룹장들 한 10여 명 이런 식으로 됐죠. 이런 식으로 하니 불만이 생기는 거예요. ‘5명’에 안 속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아니 나도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신문을 보고 소식을 알아 이런 불만들이 있으면서 제가 독선적으로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죠. 그런데 ‘5명’은 그런 말 안 하거든요. 모든 조직이 다 그래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운영하셨던 방식이 실패한 거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3당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에 우리나라 선거 제도가 독일식으로 정당 명부식 비로제표제였다면 1%짜리 정당도 계속 오랫동안 지속되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그런 현실을 좀 타파하시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오신 거잖아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목적이 다당제 그리고 사표가 적은 그런 선거 제도를 만드는 것 역시 정말로 시급하다. 어떻게 보면 제가 그랬어요. 저 우리나라 개헌이 정말로 중요한데 개헌을 할 때 반드시 선거법도 같이 고쳐야지만 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 그렇습니다. 근데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저기 독일처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못 할 것 같아요. 비례대표를 뽑는 것 자체가 불투명해서 사람들이 못 믿거든요. 그래서 제가 중간 정도로 제가 생각하는 것 도농복합선거제도 입니다.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두고 성남과 같은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다당제가 완성이 됩니다.”
―저도 그 점에 있어서는 동의를 하지만 이 질문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선거구제를 바꾸려면 권력을 쥐어야 합니다. 권력을 쥐려면 협상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내에서도 솔직히 말하면 대표님에 대한 지지는 높지 않아요.
“근데 뭐 저도 마찬가지지만 다선 의원들도 그래요. 홍준표 시장님. 당 대표 두 번 했잖아요. 그러면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썼습니까? 그거 왜 혼자 해요? 오세훈 시장 지금 대놓고 따르는 의원이 1명 정도 있어요. 한동훈 전 대표는 전직이기도 하고 초선 비례대표들이 주로 있다보니 정치한 지 1년이 안 된 분들이 여러 가지 전략을 세우거나 하거든요. 한 전 대표는 제가 보면 그래도 검사하면서 나름대로 정의감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다음에 ‘0선‘ 검사 출신을 절대로 대통령으로 안 뽑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면 바로 그 전 대통령과 다른 이미지의 사람들을 계속 뽑아온 거지 결국은 절대로 안 뽑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될 확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의 귀중한 자산이니까 시간을 좀 길게 보고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든지 또는 지방자치 단체장을 하면서 어느 정도 정치적인 경험들을 익히면 그만큼 이제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저는 그렇게 보는 입장입니다.”

―제가 의원님을 처음 볼때에는 솔직한 마음으로는 정치를 잘 하시지 못하셨다고 생각했죠. 잘 모르시기도 했구요.
“저는 그때 만약에라도 대통령이 안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저도 나중에 깨달은 점들이 많거든요. 제가 재선 중반 정도 이상 거치면서 어느정도 정치 메카니즘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대표님은 이제 준비가 되셨어요. 대표님의 시간은 이렇게 준비가 되셨는데 국민들은 아닌거 같아요. 두 사이에서 좀 괴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거를 해소하실 생각입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걸 극복하는 거는 제 문제이기도 하죠. 어떤 중견 정치인이 중견 언론인 분이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제3당을 한 사람이 저라구요. 제3당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면 양쪽에서 공격이 들어와요. ”
―사실 제가 이 질문하려고 왔어요. 안 의원님의 2012년 ‘안철수의 생각’ 책을 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문장이 의원님의 삶의 철학은 무엇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맞습니다. 저는 이름 남기는 건 관심 없어요.”
―13년 동안 정치를 하시면서 남기신 게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책을 남긴 게 저한테 굉장히 귀중한 자산입니다. 사실 어릴 때 저기 프로그래밍 했을 때 그 책들 그다음에 또 수필집들 그리고 경영을 하면서 배웠던 그 내용들, 저 초반에 어떻게 하고 그 다음에 중견기업이 됐을 때 어떻게 경영을 하고, 정치를 하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그것들과 그리고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나름대로 더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던 여러 가지 정책적인 그런 아이디어들 거기에다가 이제 마라톤 취미를 하면서 마라톤 뛰는 법에 대한 그 책들까지 합해 가지고 책들을 많이 남겼거든요. 책들은 뭐냐 하면 읽을 때는 얼마 안 걸리지만 그 책 쓰는 데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시행착오하지 않고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정말로 책 같아요. 그게 제일 저한테는 의미 있는 제가 죽고 나서도 계속 남을 수 있는 그것이고요. 그다음이 또 안랩 같은 하나의 기관들입니다. 그래서 안랩이라든지 동그라미 재단같이 제 제 재산 절반을 기부해서 계속적으로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이런 것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그런 일들을 하는 것들 아니겠습니까? 그런 일들 그다음에 또 제 가족들 가족들은 이제 계속 이렇게 이제 대를 이어서 가니까 이제 우리 가족들 간의 그런 여러 가지 기억들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저한테 참 정말로 소중한 거죠.”

―사실 제 질문은 정치하신 거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그 질문이거든요.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방문학자를 했죠. 그때 고민이 제가 계속 정치를 하는 게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인가 였습니다. 그때 어느 추기경을 만나러 바티칸에 갔습니다. 근데 그 추기경님이 저한테 그 말씀을 다 들어보시더니 책자를 하나 주시는 거예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강론집이었어요. 근데 놀란 게 정치에 대해서 강론을 하신 거예요.
저는 종교인이 정치에 대해서 강론을 하리라고 상상도 못했거든요. 근데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었냐 영어로 Politics is sincerely form of charity. 그러니까 정치라는 것은 가장 고귀하고 진심이 담긴 봉사이자 헌신이다라는 게 제 가슴을 우르르 울렸어요. 왜 그러냐면 그게 제 정치 초심이었거든요. 저 혼자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서울대 교수에다가 존경받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주위에 보면 어려운 젊은이들 어려운 그 회사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그 정치라는 그 뻘밭에다 그냥 제 몸을 던져가지고 진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온갖 오물 다 묻히고 모욕당하고 그 저기 조롱당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의원님께서 정치를 시작할 때 안풍(安風)이 어마어마했었었거든요. 안풍이 또다시 불 수 있을까요?
“그게 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이제 3당을 하면서 양쪽에서 모든 걸 다 덮어 씌웠거든요. 저만큼 진짜 저기 강인하고 독한 사람 없습니다. 저 국회의원 300명 다 같이 저 풀코스 마라톤 뛰어보자 하세요. 어쨌든 제가 약하다는 그 이미지를 제 선한 인상에서 이렇게 지우지 않는 이상은 그걸 가지고 계속 써먹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것도 제가 돌파를 해야 되는 거고요. 근데 그나마 이제 12년 동안 제가 나름대로 증명한 게 있다면 저 사람은 진짜 깨끗한 사람이야. 10여 년 동안 양쪽에서 다 틀었는데 나오는 게 없어. 저 사람 여자 문제 전혀 없는 사람이야. 12년 동안 다 털었는데 아무도 없어. 12년 동안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좋은 사진이 하나도 없네 체력이 받쳐주니까 그게 가능하거든요.”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왜 정치를 하는가. 제가 권력을 누리고 막 이렇게 즐기고 사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럼 사람들은 다 알죠. 아 저 사람은 정말 사명감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하는 사람이지 자기가 잘 살려고 자기가 대접받으려고 그렇게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제 정치인생은 그걸 증명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제 약하다는 이미지를 포함한 마타도어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해결해야 될 숙제 같고요. 또 이제 저한테 남겨진 숙제가 우리나라가 진짜 위기에 빠져 있거든요. 이제 끝에 왔다고 생각해요. 올라갈지 떨어질지 그것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제2의 과학기술로 입국을 해야 돼요. 그러려면 과학기술자들이 하는 게 뭐냐 하면 미래를 보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나라 국회는 과거를 본 사람들 법률가들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못 나갑니다. 제가 4차 산업혁명 이야기한 게 2017년이거든요. 8년 전에 근데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근데 지금 보세요. 저는 후회도 해요. 내가 너무 빨리 갔다. 진짜 김대중 대통령처럼 반 걸음 앞으로 나서야 되는데 저 반 걸음만 나서면 되는데 반 걸음을 나서서 사람들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게 만드는 게 내 책임이구나 이런 생각들도 하게 됩니다.”

―그런 과제들을 돌파하면 안풍이 다시 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십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겁니다. 제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처음에 총리가 됐을 때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사람들이 결제해달라고 갖고 온 걸 보니 아는 게 없었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몰라가지고 ‘이거 잘못하면 영국이 무너진다’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한 10년 정도 총리를 하니 어떤 문제라도 최선의 답안을 척척 내더랍니다. 그런데 인기가 땅바닥이라서 쫓겨났대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이게 정치인의 숙명이구나 싶었죠. 저는 굉장히 사명감이 있고 착한 선한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강한 사람입니다. 그걸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밖에는 없지요. 결국 정치인들은 ‘수업료’를 내야 해요. 이 수업료를 최소화해야 지지율을 덜 까먹죠. 결국 나라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그걸 이제 그 두 가지를 갖추고 있을 때 이 사람이 실제로 나라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죠. 이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지요. 저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하면 망가진 이미지 그런 것들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일, 그 다음에 이걸 국가를 위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제 지지율일 올리는 일. 그게 저한테 주어진 숙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담=이도형 기자, 정리=백준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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