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성장산업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야 합니다. 작은 시장이라도 1등하는 상품을 바탕으로 이익 확장을 시도해야 합니다. 주인의식과 1등 문화라는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가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구현모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임교수(전 KT대표)가 35년간 KT에 몸담으며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경험을 정리한 책 '더 샤프니스(시공사)'를 출간했다.
구 교수는 KT 퇴직 후 KAIST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직, 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경영자로서 어떤 생각으로 경영했는지를 남기고, 임원이 되고자하는 후배, 초임임원, 중소기업 경영인에게 인사이트를 주고자 책을 집필했다”며 “평소 생각들을 정리해놓고 일주일에 한챕터씩 정리해가며 4개월만에 탈고했는데, 중소기업 경영인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고 웃었다.
그가 정의하는 뾰족함(샤프니스)은 경영자가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바꿔나가는 돌파력이다. 성장산업, 이익창출, 기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자는 '뾰족함'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성장산업을 '에스컬레이터'로 비유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즉 시장 흐름을 빠르게 읽고 성장 산업에 진출한다면, 기업이익은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 통신, 반도체로 성장 산업 흐름을 가장 잘 타며 성장한 기업으로 SK그룹을 지목했다. 구 교수는 “책이니까 솔직하게 쓸 수 밖에 없었다”며 “경영자는 내가 속한 산업 뿐만아니라 바깥에서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 젊은 직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성장산업과 관련해서는 AI, 로봇, 헬스케어 분야를 지목했다. 구 교수는 “현재 돈을 벌고 있는 사업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라며 “AI는 인프라에서 시작해 AI에이전트와 같은 서비스로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로봇 등에 적용되는 피지컬AI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자는 시장에서 1등을 해야 비교우위를 통해 많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1등이 아니더라도 낙담할 필요는없다는 조언이다. 그는 “시장에서 현재 2~3등을 하고 있더라도 세그먼트(세부분야)를 분석하면 1등하는 상품이 나오기 마련인데, KT IPTV, 청년용 Y요금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며 “왜 1등을 할 수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 확장하면 결국 시장에서 팔수 있는 뾰족한 요소를 찾을 수 있고, 시장전체로 확장해 나갈 수 있고 나아가 아이폰과 같이 시장 판도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익을 위해서는 성과와 보상을 통해 주인의식과 성공하는 문화라는 SW를 만들어야 한다”며 “망치가 아무리 좋아도 못이 뾰족하지 않다면 박히지 않듯이, 리더가 날카로운 전략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뾰족함”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