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31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 나서 산불 추가경정예산과 본회의 일정 등에 대한 협상에 돌입했지만, 탄핵 정국과 헌법재판소 구성 논란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31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만나 추경 등 현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여야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신속한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경제정책 책임론, 헌법재판소 구성 등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로 국민의 걱정이 큰 상황에서 정부는 추경안을 예고했지만, 이제는 여야가 민심을 반영해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국회는 이재민과 국민을 위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정부가 밝힌 10조 원 규모 추경에 대해 “알맹이 하나 없는 쭉정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민생 추경을 몇 달 전부터 요구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안이 없다. 이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선 “헌재가 좌고우면 말고 즉각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내란 사태의 종식만이 경제위기 극복의 출발”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여야 간 쟁점이 없는 산불 피해, AI 대응 등 긴급 예산만 포함됐다”며 “우선 이를 신속히 처리하고 이후 여야가 각자 요구하는 항목은 별도 논의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헌재 결정이 민주당 뜻에 따라 움직이면 독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헌재 겁박'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당은 특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도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 구성을 지연시키는 한덕수 총리 대행은 즉시 마은혁을 임명하라”고 촉구한 반면, 권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물”이라며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관으로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이날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호칭을 생략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상대 당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참 의문스럽다. '윤석열' '윤석열' 이야기하는 것이 참 듣기가 거북하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이재명이라고 불러도 여러분들 아무 말 안하겠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은 오전 공개 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일정 및 추경 심사 일정 등에 대한 구체적 조율에 들어갔으나, 정국 전반을 둘러싼 인식차가 커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