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민족행위자' 44인 중 서훈 취소 5명뿐...관련 법 개정 지지부진

2024-09-27

친일반민족행위 1006인 중 44인에 서훈 78건…이 중 건국훈장 5건만 취소

2017년 국정감사 지적 사항이지만 20대·21대 국회 모두 법안 임기만료 폐기

[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속한 44인에게 78건의 서훈이 수여됐지만 이 중 취소된 서훈은 보훈부 소관의 건국훈장 5건(5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거짓공적'으로 취소된 5건의 서훈을 제외하고 나머지 39인을 대상으로 한 73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소관 부처와 행정안전부의 서훈 취소 처리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함에 따라 지난 20대·21대 국회에선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상훈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앞서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5년 5월 31일부터 2009년 11월 30일까지 활동하며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인의 명단을 세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해당 1006인 중 국가유공 훈·포장을 받은 것은 44인으로, 총 서훈 건수는 78건이다. 서훈이 취소된 5인을 제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39인 중에는 ▲국위선양 ▲국가사회발전 ▲국가안보 ▲국가안전보장과 사회발전 기여 등으로 공적을 인정받은 이들이 포함돼 있다.

가장 많은 훈·포장을 받은 것은 독립군 소탕 부대였던 '간도특설대'에서 항일운동을 탄압한 백선엽 장군으로, 1950년부터 1980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서훈을 받았다. 같은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한 송석하와 신현준 역시 각각 4차례 서훈을 받았다.

조선인 징병, 위안부 모집에 가담하며 교육 및 여성계몽분야에서 친일 행적을 보인 김활란 초대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은 3차례, 지원병·징병·학병 실시를 적극 주장하며 일제 침략전쟁을 찬동한 이숙종 성신여대 설립자는 4차례 서훈을 받았다.

이들을 포함한 반민족행위자 39인의 서훈은 현재까지 모두 유지되고 있다. 현행법상 친일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독립유공과 무관한 공적으로 무공훈장, 근정훈장 등의 서훈을 받은 경우 해당 수훈자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된 경우에도 서훈이 유지된다.

상훈법 제8조에서 정하는 서훈 취소 사유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해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경우 등이다.

서훈 취소를 위해서는 서훈 추천권자인 각 부처가 관련한 의안의 국무회의 제출을 행정안전부 장관에 요청하고, 행안부 장관이 해당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해 대통령 의결을 받아야 한다. 다만 서훈 추천권자의 별도 요청이 없는 경우에도 대통령령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서훈 취소 사유가 있는지 심의한 뒤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할 수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서훈을 취소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제기돼 왔다.

2016년 당시 행안부는 각 부처에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공적을 확인해 취소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처들은 답신을 미루거나 법 규정을 이유로 들며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가 지적되며 20대, 21대 국회에서 상훈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선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12일 대표발의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된 경우'를 서훈 취소 사유에 명시하고, 훈장 또는 포장을 환수 처리하는 것이 골자다.

박정현 의원은 이날 뉴스핌에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정부가 공인한 친일파인 친일반민족행위자에게 수여된 서훈은 반드시 취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상훈법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yunhu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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