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모두 강한 대학으로 세계 500위권 진입할 것"

2025-10-09

신입생 30% ‘자율전공’으로 뽑아

창의성·전문성 등 기업가정신 강조

폭스바겐과 협업, 독일서 교육·인턴

‘암호수학과’ 100억 연구용역 수주

양자컴 도입, 양자융합과 개설 예정

지난달 18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정릉의 국민대 교정 곳곳엔 녹색 바탕의 현판이 걸려 있었다. 굵은 흰색 글씨로 ‘기업가 정신, 국민대학교’라고 적혀 있다. 2023년 취임한 정승렬(63) 총장의 뜻에 따라,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을 심자는 취지로 제작됐다.

국민대는 자동차·디자인 중심의 특성화, 활발한 산학협력으로 주목받는 대학이다. 2019년 서울대·KAIST 등을 제치고 전국 대학 중 기술이전 수입(연구개발 성과를 기업에 이전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 1위에 올라 대학가를 놀라게 했다. 2023년 취업률(70.5%)은 주요 수도권 대학 중 9위를 기록했다.

올해 한 해에만 AI·바이오 등 각종 정부 사업 수주액은 134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선 역대 최고인 13위에 올랐고, 올해 수시모집에서 경영대 경영학 전공 경쟁률(321대 1)이 전국 인문계열 학과 중 1위를 기록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정 총장에게 국민대의 현황과 비전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수시모집 경쟁률이 크게 올랐다.

“2025학년도부터 자율전공선택제(무전공)로 신입생 30%를 뽑았다. 미리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전공에 너무 많은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만들었다. 학생이 목표로 정한 전공을 공부하려면 앞으로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할지 안내하는 멘토 역할도 한다. 다른 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도 졸업할 때 희망학과로 갈 수 있는 ‘오메가(Ω) 스쿨 제도’도 우리 대학만의 특색이다. 전공 간 경계 없는 교육 생태계 구축이 국민대의 궁극적인 목표다.”

학생들이 독일에서 교육받고 인턴도 한다.

“경계 없는 교육 생태계는 전공 사이뿐 아니라 세계, 지역 간에도 필요하다. 우리 대학을 찾는 해외 학생들이 많아져야 하고, 국민대 학생들은 해외 취업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한다.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비영리 코딩학교 볼프스부르크42에 학생 10명을 선발해 1년 동안 체류비도 주고 교육도 해준다. 참여 학생들이 현지 해커 대회에 참가해 지난 몇 년간 계속 상을 탔다. 덕분에 폭스바겐에서 인턴 근무하거나 다국적 자동차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임 후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대는 해공 신익희(1894~1956·독립운동가) 선생, 성곡 김성곤(1913~75·쌍용그룹 창업주) 선생의 건학·창학 이념을 토대로 공동체 정신과 실용주의를 교육철학으로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엔) 전문성은 필수이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 즉 창의성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도전 정신도 필요하다.”

수학과가 정보보안암호수학과로 바뀐 뒤 100억원에 달하는 국방기술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기존 수학과가 스스로 구조조정을 했다. 9년 정도 지났는데 암호 분야에서 국내 1위라고 자부할 만큼 성장했다. 성장의 핵심은 산학 협력을 위한 경쟁력 강화다. 각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는데 자본잠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국민대는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연구 결과를 기술 창업으로 연결하고, 수익을 다시 학교로 돌리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과에서 교수가 연구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세계 수준의 특허를 얻게 하는 방식이다. 취임했을 때 기술지주회사 자회사가 30개 정도 있었는데 약 2년 만에 이미 50개를 넘어섰다.”

양자컴퓨터 구축도 추진 중인데.

“곧 ‘퀀텀 레볼루션’(양자 혁명)이 도래한다. 국민대는 양자 암호기술에서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로부터 지난해 12월 보안 2단계 인증을 받았다. 국민대의 기술을 보려고 공무원, 국회의원들이 찾아온다. 이를 기폭제로 양자컴퓨터에 기반한 연구 분야를 확대할 것이다. 6개월 안에 양자컴퓨터를 들여온다. 다른 대학 양자컴퓨터보다 정보 처리 역량이 10배 더 높은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후 양자융합학과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미 아마존·IBM 같은 해외 기업과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연구 영역도 바이오·약학, 경영·물류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일은.

“최고 선도대학의 반열에 올라 국내를 넘어 해외 대학과 경쟁하고 싶다. 교육·연구·글로벌이 모두 강한 대학으로 ‘세계 500위권 내 대학’이 4~5년 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모든 수업을 100% 영어로 진행하는 KIBS(국민인터내셔널비즈니스스쿨)를 독립학부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유사한 국제 교육 과정을 공학과 생명과학에도 접목해 준비 중이다. 100억원 이상 대형 연구사업에 선정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양성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교무위원들과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해 목표를 이루고 싶다. 내년에 개교 80주년을 맞는다. '고등교육의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이란 비전을 담은 중장기 발전계획을 조만간 발표한다.”

🔍️정승렬 국민대 총장 = 대구 출신인 그는 1985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영정보학 석·박사를 받았다. 유학 뒤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에서 3년간 근무한 뒤 1997년 국민대 경영대 교수로 부임했다. 대외교류처장, 기획처장, 부총장 등을 역임한 뒤 2023년 9월 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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