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명분과 속도’보다 ‘내실’이 우선이다

2025-11-04

자주국방 필요하나 조건 충족 여부 따져야

정치적 판단 개입 줄이고 연합방위 만전을

한·미 국방장관이 어제 이재명 정부 첫 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동맹 현안을 논의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는 동맹의 군사 역량을 강화해 자체 안보를 책임지게 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자주국방 차원에서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GDP의 1.4배인 국방비 규모,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이 올해보다 8.2% 늘어난 66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최근 정찰위성 5호기가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하면서 한반도 전역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도 한층 강화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군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것도 고무적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능력이 제고되길 원한다”며 “당연히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호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전환에 따른 국민의 안보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 북한과의 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요 한·미 연합훈련이 줄줄이 연기 또는 축소됐다. 연합훈련이야말로 2018년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한 필수 요소다. 전작권 전환 이후 설치 예정인 미래연합군사령부는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한다. 안정적인 지휘를 위해선 평소보다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은 상식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 필요조건을 충족했는지 따지기 위한 전체 3단계 평가 중 2단계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군 관계자에 따르면 상당수 항목이 정성적 평가에 그치다 보니 양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필요에 의한 ‘전작권 전환 속도전’으로 연합방위 태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지난 8월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반도 전력의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전작권 전환은 조건이 충족됐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출산율 저하로 상시 병력 50만 명 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자주국방은 명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 여부를 냉정히 따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보를 실현하는 일이다.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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