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혼인신고 왜 갑자기 늘었을까

2024-10-10

‘7월은 결혼의 달’.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맞지 않아서다. 실제로 예비부부들이 봄을 가장 선호하고 무더운 여름을 기피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통계에 잡힌 혼인 건수는 그렇지 않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7월 인구 동향’을 보자. 결혼 비수기로 통하는 지난 7월 혼인 건수(1만8811건)는 지난 3월과 4월보다도 많았다. 예전엔 거의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해선 32.9%(4658건) 급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부부보다 미혼 1인 가구 유리해

혼인신고 지연을 절세 수단 활용

‘결혼 페널티’란 말 없어지게 해야

일단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통계청이 작성한 혼인 통계는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식 날짜와 혼인신고일은 다소 시차가 있다. 그러니 지난 7월 혼인 건수가 급증한 건 이때 결혼식이 몰렸다는 뜻은 아니다. 무슨 사정에선지 지난 7월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부부가 대폭 늘었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부분적으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미뤘던 결혼식이 뒤늦게 몰린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상당수 예식장이 폐업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결혼식 수요가 회복하면서 예약 대란이 발생했다는 말이 들린다. 예식장 예약만 가능하다면 계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신혼부부들도 있었을 것이다.

일부에선 결혼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이 변하는 신호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왜 하필 7월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그동안 혼인신고를 미뤘던 부부가 제법 많았는데 이들이 지난 7월에야 혼인 신고서를 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결혼식과 혼인신고의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청년 세대가 ‘내 집 마련’에 나설 때가 그렇다.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 페널티’라고 부르는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혼인신고를 미루고 법적으로 1인 가구를 유지하면 청약·대출·세금의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유리했다. 예컨대 주택청약에선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다면 결혼 전에 집을 팔았더라도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없었다. 배우자가 결혼 전에 주택청약에 당첨된 이력이 있으면 재당첨 제한이나 특별공급 횟수 제한 같은 규제도 받아야 했다. 혼인신고가 청약당첨 확률을 낮추는 요인이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자금 대출에서도 맞벌이 부부보다는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정책자금 대출은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데 맞벌이 부부는 이런 소득 기준을 맞추지 못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었다. 기존에 1주택을 보유한 부부가 추가로 집을 사거나 부부가 각각 집을 한 채씩 갖고 있을 때 세금 부담도 컸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부동산시장 정책에 대한 시장참여자 정책대응 행태 분석 및 평가방안 연구’)에는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혼인신고를 해서 가구를 합치면 세금이 너무 높아지니까 전략적으로 혼인신고만 미루더라”며 “한두 사례가 아니라 꽤 있었다”고 소개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에서 각자 분양권(청약당첨)을 노리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장 공인중개사 15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 모든 응답자가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뒤늦게 혼인신고로 인한 불이익 문제를 인정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청약이나 정책자금 대출에서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미혼 1인 가구보다 불리하지 않게 규제를 상당 부분 풀었다. 혼인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도 일부 도입했다.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 따라 주택청약에서 최대 3점의 가산점을 주는 식이다. 기획재정부는 2026년 말까지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겐 연말정산에서 1인당 50만원씩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지난 7월 혼인신고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장담하긴 어렵다. 다주택자 규제가 있는 한 결혼 페널티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제도를 채택하더라도 개인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는 있을 것이다. 다만 신혼부부가 경제적 불이익을 걱정해 혼인신고를 미룬다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결혼 페널티가 ‘결혼 메리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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