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 절친의 남편이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내는 울먹였고 나는 며칠 내내 멍했다.
충격이 컸다.
아내의 친구, 그녀의 남편. 대략 내 또래. 가정을 가진 중년의 남성이 사경을 헤맨다. 수많은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가까운 지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담담할 수가 없었다.
혹시 내 모습이 오버랩돼서 그랬을까.
친구와 통화를 하며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아내의 모습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어깨만 두어 번 두드려줬을 뿐이다.
지인의 소식에도 이렇게 먹먹한데….
가족의 때아닌 죽음을 겪어야 하는 이들의 슬픔이란 어떨까.
얼마나 무겁고 아플까.
당사자조차 실감 못 하는 고통에 우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그때 즈음 조카의 유품 정리를 의뢰하는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는 지금 경황이 없어서요. 병원에 있어요.”
충격을 받은 엄마는 몸져누웠다.
자식의 죽음.
뭔지 모르지만 아는 느낌이었다.
사인은 아마도 그것이겠다.
‘깨끗하게 치워주겠다, 정성을 다하겠다….’
여러 말들이 떠올랐지만 이번엔 꾹 삼켰다.
“아무런 말도 못 하겠더라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친구와 통화가 끝나고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 탓이었다.
아내는 사실 꽤 오랜 시간 통화했다.
그런데 아무런 말을 못 했다니….
그제야 아내가 전화기를 붙들고 나눈 대화는 대부분 울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의뢰인과 통화를 마치며 결국 내가 꺼낸 말이다.
영 찜찜했다.
아직도 이런 ‘응대’에 서툴다니….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작별을 앞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마지막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떠나보낸 이들에겐….
“억지로라도 먹고, 억지로라도 자야 해. 알겠지?”
그날 지인과의 통화에서 아내가 했던 말, 내가 들어 이해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문장이었다. 흐느낌과 이 말의 반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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