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생포된 북한군 병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우승의 사건]

2025-05-25

조용한 외교기조 속 한미 조율 하에 우크라 설득해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 포로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지난 1월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한 북한군 병사 2명을 공개했다. 그다음 날 이들과 우크라이나 병사를 교환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를 공개한 것은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공식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물론 한국의 지원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때도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 참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3월 4일 국회에서 북한군 병사와의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의회와 ‘얄타 유럽전략 특별회의’ 초청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귀국한 직후였다. 유 의원이 공개한 면담 내용에 따르면 한 명의 병사는 한국행을 원한다고 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한국행에 대한 결심이 서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두 달이 지났다. 현재 이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종전과 맞물려 전쟁 당사국 간 포로 처리 협상이 진행될 때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송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

북한군 병사의 송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또 이례적이다. 과거 유사사례도 찾기가 어렵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과 심화하는 군사동맹 속에서 이뤄진 참전이다. 이 사안의 해법 속에는 종전 후 북·러 관계와 새롭게 구축되는 동북아 안보 지형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군 병사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 관심이 커질수록 내부 사정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본국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이슈를 키울수록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4월 28일 참전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북한의 파병 인정으로 생포된 북한군 병사들의 지위는 사실상 ‘전쟁 포로’로 공식화됐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쟁포로 송환과 관련된 국제법규는 ‘전쟁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제네바Ⅲ협정)이다. 제3협약 118조는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전 즉시 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본국 송환이 전쟁포로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법상 협약도 있다.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개인을 추방·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 원칙이다. 195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Refugee Convention) 제33조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은 난민을 그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토로 어떤 방식으로든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네바 협약의 전쟁포로에 대한 즉각 송환 규정은 전쟁이 끝난 뒤 본국으로 가지 못해 현지에서 박해받을 상황을 전제한 내용이다. 전쟁 희생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도적 차원인 만큼 정치적 박해를 우려해, 전쟁 포로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조약에 따라 기계적으로 송환하는 것보다는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 협약의 본래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제네바 협약 가입국이지만, 전쟁포로 송환 규정인 118조에 대해서는 가입을 유보했다. 강제송환에 반대하는 우리 정부 입장이 더 인도적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한군 병사들이 한국행을 요청하면 전원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4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서 정부는 이들의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도 이미 전달했으며, 계속 필요한 협의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위해서 다각도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종전 이후 전쟁 당사국 간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이 한국행 의사를 밝힐 경우, 조용한 외교 기조 속에서 정치적 망명이라는 형식으로 송환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여기에도 몇 가지 변수는 있다. 우선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어떻게 합의를 하는 지가 중요하다. 양국 간 합의에 전쟁포로 특히 북한군 포로 처리 방향이 담겨 있다면 우리 정부의 행동반경이 제한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최우선해서 본국 송환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현 상황에서는 물밑접촉이나 즉각적인 외교 협상에 나서기는 이르다. 종전이 가시화하는 시점에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미국과의 조율 하에 우크라이나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한국은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포탄 등 무기도 미국 등 우방을 통해 우회지원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후 복구는 물론 종전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의 의견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총장은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관계, 또 우리와도 관계가 있다. 한·미가 함께 접근한다면 설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군 병사들이) 우리 쪽으로 오겠다고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고 본다”며 “조용한 외교기조 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개진할 기회는 언제든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군 병사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부분을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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