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달인’ 죽음과 방영환 열사

2024-10-07

‘배달의 달인’이 사고로 지난 8월25일 사망했다. 고인은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하며 월수익 1200만원을 기록해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었다. 자신의 수명을 연료 삼아 달리던 달인의 오토바이를 멈추게 한 건 신호를 위반한 버스였다. 41세의 그가 사고사를 피했다면 과로사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 주 평균 93시간28분 일하던 47세 배달노동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버스노동자들은 5030안전속도, 우회전 시 일시정지, 어린이보호구역 서행 등을 준수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모든 승객 착석 후 출발도 요구했다. 그러나 버스회사의 무리한 배차시간을 조정해준 사람은 없었다. 서울시는 배차 간격을 잘 지키는 회사에 성과급까지 줬다. 단속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 과속과 신호위반을 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다. 속도위반의 책임은 노동자가 지지만, 이익은 사모펀드가 가져간다. 사업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버스사업에 사모펀드가 진출해 탐욕스럽게 시민의 세금을 뽑아 먹었다. 버스회사에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보전해줬는데 지난해 서울시는 8915억원, 인천시는 2816억원을 버스회사에 줬다. 혈세와 함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도 사라졌다.

사모펀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욕지거리와 고성을 내뱉는 도로 위 노동자는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루는 직진하는 버스 앞으로 우회전하려는 택시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빵” 경적이 울렸고, 버스노동자는 창문을 내려 택시노동자에게 고함을 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안전벨트를 풀고 나와 택시노동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며칠 전에는 배달노동자와 택시노동자가 차선변경 문제로 시비를 벌였다. 싸움을 말린 건 ‘시간’이었다. 배달노동자도, 택시노동자도, 버스노동자도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2023년 10월6일, 도로 위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자기 몸에 불을 붙인 택시노동자 방영환이 사망했다. 그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택시산업을 바꾸고 싶었다. 방영환만의 꿈은 아니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선 후보는 집권하면 택시기사들의 생계안정과 승객들 안전을 위해 택시기사 완전월급제를 관철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정신을 배신하고 지난 8월 택시완전월급제 전국시행을 2년간 유예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투쟁한 또 다른 방영환도 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배차시간을 요구하며 파업했고,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의 난폭운전을 막을 안전운임제를 위해 집회와 행진을 했다. 화물연대도 과적·과속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며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과 정치인들은 시민 안전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대신 시민 안전을 위해 노조를 없애겠다고 칼춤을 췄다. 그렇게 도로의 안전을 지키려는 목소리가 잘려나갔다.

운수기업의 소득만을 보장하는 사납금제도와 건당임금체계를 방치하는 한, 도로에 평화는 없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총알택시와 버스, 오토바이, 화물차의 액셀은 노동자가 밟지만 노동자의 발은 기업의 이윤이 밟는다. 이를 감시하는 블랙박스가 바로 방영환과 노조다. 우리가 방영환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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