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잡고 ‘완만한 성장’ 기대… ‘두 개의 전쟁’은 변수 [2025 신년특집-세계경제 전망]

2024-12-31

OECD·IMF, 3% 초반 성장률 예측

각국 인플레 완화가 가장 큰 원동력

미국 등 금리인하 기조 유지 전망도

지정학적 불안에 에너지대란 반복 우려

美, 증시 거품론 등 경제 과열 경고음도

獨·佛은 경기침체 장기화… 中도 비관적

매년 4분기가 되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다가올 새해의 경제를 전망한다. 2025년을 앞둔 2024년 4분기에도 어김없이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이에 기반한 전망들이 앞다투어 발표됐다. 수치는 희망찼다. ‘완만한 성장’을 의미하는 3% 초반 경제성장률이 연이어 발표됐다. 글로벌경제가 과열 없이 잠재력을 발휘해나가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어긋난 경제를 ‘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희망찬 전망을 받아든 국가와 기업들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했다. 전망 문구 뒤에 수많은 ‘그러나’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수없이 많은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에 대한 지적이 끝없이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 격화되는 전쟁과 불안정한 정치상황 등은 ‘잠재적 위험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극복’ 결실로 얻은 ‘정상화’

OECD는 지난 4일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전망했다. 함께 발표한 2024년 추정 전망치인 3.2%보다 0.1%포인트 높게 잡은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2020년대 들어 격변을 거듭해온 글로벌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2025년에도 ‘정상화’의 길을 착실하게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이후 갑작스러운 공급망 충격 속 급격한 침체에 빠졌고,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로 자산가격과 물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OECD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되고, 세계 무역이 활기를 되찾아가는 등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많은 국가에서 아직 소비 욕구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않았으나, 낮아진 인플레이션은 가계 실질 소득과 지출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0월 말 IMF도 2025년 성장률을 3.2%로 ‘완만한 성장’을 예상한 바 있다.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완만한 성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으로 봤다. 그러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23년 연평균 6.7%에서 2024년 5.8%, 2025년 4.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일부 국가에서 물가 압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상대로 한 글로벌 전쟁은 대체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글로벌 IB들도 세계 경제가 ‘정상화’의 길로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월 2025년 경제성장률을 2024년 추정치와 같은 2.7%로 제시하면서 “글로벌 노동시장이 재균형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하락추세를 보이며 대부분 국가가 목표치에 근접해 있고,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정상수준으로 인하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이어 11월과 12월 연속해서 0.25%포인트 인하하는 등 기준금리를 4.50%까지 내린 상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우려해 2025년에는 인하 속도를 다소 조절할 것이라 언급하긴 했지만 중립금리를 향해 기준금리를 내려가는 흐름은 변화가 없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6월 이후에만 네 번이나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3.15%까지 인하한 상태다.

반면, 일본중앙은행(BOJ)는 장기간 이어지던 제로금리 기조를 멈추고 올해 금리를 0.25%까지 인상했는데 미국, 유럽과 방향은 다르지만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동일한 흐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정상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황 속 우려 나오는 미국 경제

문제는 이런 정상화가 2025년에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다. 미국은 글로벌 경제가 팬데믹의 영향에서 이제야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홀로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강달러 현상으로 전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든 덕분이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인공지능(AI) 열풍 등까지 겹치며 정보기술(IT) 기업 중심 주가지수인 나스닥이 12월 중순 2만선을 돌파하는 등 자산시장의 고공행진도 지속 중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런 미국의 경제가 ‘과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호황을 견인하는 주식시장은 ‘거품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에 달했다.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PER은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측정 지표로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뜻인데 22배는 IT산업 초창기 거품이 터지며 시장이 급락했던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강달러와 함께 미국의 주요 성장 동력이 돼온 생산성 증가, 풍부한 가용 노동력 등이 지속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이민정책 강화를 통해 불법 이민자들을 몰아내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향후 미국의 가용 노동력은 상당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주요한 정책으로 내세우는 무역 관세 부과 정책 또한 미국의 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는 요소다.

◆유럽·중국 경기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여전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아시아는 리스크가 더 크다. 이들 지역은 아직 팬데믹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상당수 국가의 경제위기가 진행 중인 탓이다. 특히 유럽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IMF는 지난 10월 독일의 2024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0%로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0.3%로 역성장하더니 2024년에도 이렇다 할 반등에 실패하며 본격적인 경제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회민주,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정치적 성향이 상이한 3당이 뭉친 ‘신호등 연정’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붕괴하며 2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역시 IMF의 2024년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1.1%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역시 내각이 붕괴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들끓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뒤를 잇는 제2의 경제 대국 중국이 세계 경제에 뇌관이 될 만한 국가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거품이 터진 여파 속 내수 경제가 급격히 침체한 뒤 국가 전체의 성장까지 둔화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오며 내수 진작을 노리고 있지만 부동산 부문 위축의 영향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와 우려를 키운다.

2024년 세계 경제의 우려 요소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중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의 경우 우려했던 에너지 가격 급등이 2024년에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의 특성상 언제든 상황이 급변해 전 세계를 또 한 번의 에너지 대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존재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그동안 미국이 견지해왔던 글로벌 질서 유지 역할에서 벗어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지정학적인 위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OECD도 2025년 경제전망을 통해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단기적으로 중요한 악재로 남아 있으며, 중동 지역의 분쟁은 석유 공급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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