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알 아사드의 몰락과 김정은

2025-01-13

50년간 시리아를 통치해온 알 아사드 가문이 마침내 몰락했다.

지난해 12월 7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비밀리에 도주했다. 이에 따라 13년간 이어진 내전도 종식될 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알 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하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7일 다마스쿠스 공항은 지난해 12월 초 이후 처음으로 운항을 재개했고 많은 시민들이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정치 지도자들 역시 평온한 정권 교체를 약속했다. 다만 경제를 악화시킨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알 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바로 해제되지 않은 점이 시리아의 가장 큰 고민이다.

독재자 알 아사드의 야반도주를 보며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상상해봤다. 알 아사드의 측근들은 7일 밤 시위대와 타협하는 방안의 연설을 준비했다. 촬영에 사용될 카메라와 조명 등도 설치됐다. 시리아의 국영방송이 이를 보도할 방침이었다.

그런 충성심을 보인 직원들을 버리고 알 아사드는 말 한마디 없이 도주했다. 이에 직원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대통령궁으로 몰려오는 시위대가 두려워 도주한 것인데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직원들은 연설 준비를 하며 대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몰려오는 시위대를 피해 도주했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대통령궁 문도 못 잠그고 도망쳐 시위대가 점령하게 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전세계는 여러 큰 뉴스를 접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 시리아의 몰락, 그리고 미주 한인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봤을 역대 최악의 LA 산불 사태.

잠잠하나 했던 북한은 다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며 한반도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 김정은과 다시 회담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2일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을 알고 있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화염과 분노’에서 ‘러브레터’로 이어진 시기가 재현되려나.

2024년은 독재자 및 철권 통치자들에게 있어 안 좋은 한 해였다. 15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오던 방글라데시의 여자 수상 셰이크 하시나가 학생시위대에 쫓겨나 인도로 망명했다. 이란에서는 온건·개혁 성향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성직자 집단들의 힘이 악화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가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야당 인사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세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군부 정권(junta) 역시 반군과의 오랜 내전으로 ‘파탄 국가(failed state)’라는 오명을 썼다.

이란은 각종 제재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및 석유 매장 국가임에도 전력난으로 정전이 빗발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고문과 강제 노동, 강제 낙태가 만연하고 한국 방송을 봤다고 사형되는 전 주민이 감옥인 나라가 북한이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돼 내부 소식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한 주민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쿠데타라는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 고위급 탈북자의 전언이다.

올해는 해방 80주년을 맞는 해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또 한 번의 해방을 맞기를 바란다. 모든 독재자는 망하는데 김정은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알 아사드와 같을까 더 비참할까. 닿을 수는 없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전한다.

김영남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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