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을 배출하는 국가들이 정작 환경 피해와 분쟁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환경에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 국가들은 오히려 자원 갈등과 폭력적 분쟁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와 와이오밍 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진행한 이번 연구는 환경과 갈등 간 관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흔들며, 기후 불평등이 주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리처드 마르칸토니오 노트르담 대학교 키우 글로벌 어페어스쿨 조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 평화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정의로운 정책 설계를 위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원 고갈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위험은 사람들을 대체하거나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유발해 갈등을 일으키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위험은 높은 수준의 갈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사회적 규범과 제도적 장치가 그 영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기존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의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 평화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전통적인 지표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전체 생태 발자국과 자국 내 갈등을 포함한 보다 총체적인 지표를 적용해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접근이 시급한 글로벌 불평등 문제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칸토니오는 “지속 가능한 평화란 단순히 폭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지구의 한계 내에서 이뤄지는 포괄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분석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 평화가 반드시 긍정적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으며,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는 의도적인 정책 설계를 통해 달성 가능한 목표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마르칸토니오 교수 외에도 와이오밍 대학교 컴퓨터과학 및 인류학과의 션 필드 조교수가 공동 참여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해 “분쟁의 외부화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평화의 조건과 방식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환경 위험과 분쟁 발생률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역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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