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론회 한 번 없이 사전투표, 이런 ‘깜깜이’ 교육감 선거 필요한가

2024-10-10

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오늘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와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 등 4명이 출마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사전투표 첫날 유권자들은 변변한 정책 토론회 한 번 못 본 채 투표해야 한다. 앞서 7일 서울시 선관위 주관의 지상파 3사 생방송 토론회에는 조 후보 혼자 참석했다. 선관위 주관 대담·토론회에 참가하려면 직전 선거에서 10% 이상을 득표하거나 당해 언론기관에서 진행해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5%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다른 후보들이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국회와 중앙선관위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오늘 오후 6시에야 EBS 주관 토론회가 열린다니 이런 ‘뒷북’도 없다.

보궐선거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16일 평일에 치러지는 본투표율은 고작 10∼20%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만큼 주말을 끼고 있는 사전투표의 중요성은 본투표 이상이다. 하지만 변변한 토론회가 없는 데다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에 대한 사전정보도 극히 적어 ‘깜깜이’라는 게 걱정이다. 게다가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는 정당명이나 기호가 없이 가로로 후보자 이름만 나열된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책보다 정치 구호에 매달리는 구태가 반복되는 이유다. 유권자들의 신중한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실제 각 후보는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책 토론회가 무산된 상황에서 조 후보 측은 정 후보 장남의 탈세 의혹을, 정 후보 측은 조 후보 공보물의 허위사실 기재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2006년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 선거에 560억원의 혈세를 들여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감은 연간 12조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교원 등 5만명의 인사권을 가진 막중한 자리다. 역대 직선제 서울시교육감 4명 중 3명이 중도 하차했다. 시민들의 무관심보다는 불법 선거운동을 부추기는 잘못된 교육감 선출 제도 탓이다. 그렇더라도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물 등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여야는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 논의에 나서야 한다.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를 하거나 교육위원회 선출제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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