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주가 곤두박질치며
우회상장 문턱도 점점 좁아져
센서텍·미라셀 줄줄이 철회
공모주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달부터 6곳에 달하는 기업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우회 상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새내기주 주가 부진 속에 거래소 문턱을 넘기 전부터 상장이 좌초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 소멸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입성을 노리던 센서텍이 예비심사를 거둬들였다. 합병 예정이던 KB제25호스팩은 "예비심사 과정에서 센서텍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2001년 설립된 센서텍은 초음파 센서 전문기업으로 자동차, 로봇청소기 등에 쓰이는 센서를 만들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필수 부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약 429억원, 영업손실 약 57억원을 기록했다. KB제25호스팩은 지난 4월 센서텍과 합병을 공식화했다. 센서텍과 KB제25호스팩의 합병 비율은 1대0.1930780, 합병가액은 1만359원이었다.
지난 7일에는 스팩 소멸합병 상장을 추진하던 줄기세포 전문기업 미라셀이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2009년 설립된 미라셀은 줄기세포 원심분리기와 분리키트 등을 병의원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6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KB제21호스팩은 지난 7월 미라셀과 합병 결정을 신고했다. 미라셀과 KB제21호스팩의 합병 비율은 1대0.1678133, 합병가액은 1만1918원이었다. 합병 후 시가총액은 약 930억원이었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유안타제12호스팩과 합병해 우회 상장을 노리던 식품·조미료 업체 시아스가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종합 플랜트 기업 우양에이치씨는 앞서 지난 9월 KB제26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했다. 이후 지난 7일 다시 한 번 같은 스팩과 합병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합병 비율은 기존 1대0.1643655에서 1대0.1620483으로 수정했다. 스팩 상장은 일종의 우회 상장 방식으로, 직상장과 달리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나 일반 청약이 없어 변수가 적은 편이다. 절차가 간편한 만큼 속도도 빠른 편이다. 직상장이 통상 12~18개월가량 소요된다면 스팩 상장은 4~6개월 정도면 된다.
다만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며 기업가치를 '뻥튀기'하는 경우도 많다. 합병 과정에서 기존 스팩 주주들이 합병법인 가치가 고평가됐다며 합병을 반대하는 경우 상장이 어려워진다. 스팩 합병을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고, 주주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한 새내기주 주가도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9월 말 상장한 차이커뮤니케이션은 기준가(1만7130원) 대비 61% 넘게 빠졌으며, 같은 달 초 상장한 아이비젼웍스 역시 기준가(3280원) 대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한편 새내기주 주가 부진은 이날도 계속됐다. 실감미디어 기업 닷밀은 코스닥 입성 첫날인 이날 공모가(1만3000원) 대비 33.77%(4390원) 하락한 8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