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과 취향이 알고리즘에 잠식되는 시대, 패션계에서는 오히려 ‘나만의 것’을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확산되는 이른바 ‘댕글코어(danglecore)’ 트렌드가 그 중심에 있다. 가방, 키링, 데님, 심지어 신발까지 모든 것이 장식물을 매다는 ‘캔버스’가 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책가방에 작은 인형을 달아 개성을 표현하던 방식이 세대를 넘어 성인들의 가방과 액세서리까지 확장된 모습이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상징은 중국 토이 브랜드 팝마트(Pop Mart)의 ‘라부부(Labubu)’ 컬렉션이다. 다양한 색상과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이 피규어는 해외 셀럽들의 명품 가방에 매달린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한때 가품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과열되기도 했지만, 라부부 열풍은 여전히 이어지는 분위기다.
장식 열풍은 인형 등 특정 브랜드에만 머물지 않는다. 뷰티 브랜드는 립글로스와 스킨케어 제품에 키링을 부착해 휴대성을 강조하고, 손 소독제까지 새로운 ‘참(Charm)’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명품 브랜드 역시 가방에 스카프·비즈·인형을 더하는 스타일을 제안하며, 하이엔드와 캐주얼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이 트렌드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특히 활발하다.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키링을 자랑하거나 직접 제작 과정 튜토리얼을 공유한다. 댕글코어를 즐기는 이들은 “가방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이나 키링을 바꿀 때마다 전혀 다른 가방처럼 변신한다”며 댕글코어의 ‘확장성’을 강조한다. 댕글코어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이 작은 장식에 담긴 ‘개성의 힘’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