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테킬라가 아니야, ‘클라세 아줄’

2025-08-16

고백하자면 몇년 전까지만 해도 테킬라를 ‘클럽에서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로만 생각했다. 소금과 라임의 힘을 빌려 입안에 털어넣는 독한 테킬라는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을 취중 세계로 빠르게 인도하는 술이었으니까. 팬데믹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프리미엄 테킬라가 ‘새로운 위스키’로 떠오를 때도 ‘그래봤자 테킬라 아니겠어?’라고 여겼더랬다.

편견이 깨진 건 최근 국내에 소개된 프리미엄 테킬라 ‘클라세 아줄’을 맛보면서다. 테킬라가 달콤하고 향긋한데 부드럽기까지 해?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게 만드는 술. 아무것도 섞지 않아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테킬라는 처음이었다.

클라세 아줄은 1997년 멕시코 할리스코주에서 탄생했다. 창립자 아르투로 로멜리는 “테킬라는 멕시코 문화의 상징”이라는 신념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클라세 아줄은 병부터 남다르다. 모든 병은 멕시코 도자기 장인들이 손으로 빚고, 건조하고, 그림을 그려 만드는데 완성하는 데만 12일 이상이 걸린다. 한 병 한 병이 멕시코 전통 문양을 품은 공예품인 셈이다. 장인정신이 깃든 병은 술을 다 마신 후에도 꽃병이나 촛대로 재사용할 수 있다.

테킬라는 용설란의 한 종류인 ‘블루 아가베’의 수액을 채취해 증류한 술로 멕시코 할리스코주에서 만들어지는 술만을 지칭한다. 100% 블루 아가베로 만드는 클라세 아줄은 6~8년간 자란 블루 아가베를 전통 석조 오븐에서 72시간 동안 구워 증류하는데, 증류가 시작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초류와 후반부에 나오는 후류를 과감히 버리고 단 30%의 중간 ‘미들컷’만 남긴다. 이 30%가 바로 클라세 아줄의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의 비밀이다. 나머지 70%는 재증류조차 하지 않고 버린다고 하니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자 그럼 어떤 술을 마셔볼까. 테킬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블랑코(2개월 미만 숙성), 레포사도(2개월 이상 1년 이하 숙성), 아네호(1년에서 3년 이하 숙성·사진), 엑스트라 아네호(3년 이상 숙성) 4가지로 나뉘는데, 클라세 아줄을 처음 맛본다면 레포사도를 추천한다.

클라세 아줄 테킬라는 공통으로 달콤함과 풀 내음 또는 흙냄새 등 자연에 가까운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인데, 레포사도는 이러한 매력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상큼하면서도 향긋한 단맛이 오래 남고, 무엇보다 목 넘김이 놀랄 만큼 부드럽다.

좀 더 화려한 풍미를 원한다면 ‘클라세 아줄 골드’가 있다. 숙성하지 않은 플라타와 레포사도, 엑스트라 아네호를 블렌딩해 만든 술로, 아가베 시럽과 청사과, 무화과, 건포도, 아몬드 향이 겹겹이 펼쳐진다. 잔을 기울일 때마다 멕시코 석양처럼 일렁이는 황금빛이 감탄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약 500만원에 판매되는 초고가 테킬라 ‘울트라’, 최근 출시된 ‘블랑코 아후마도’도 기회가 된다면 맛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테킬라다. 클라세 아줄은 멕시코의 기후를 담은 개성 강한 3종류의 메스칼 라인업-‘듀랑고’ ‘게레로’ ‘산루이스’도 갖추고 있다. 한 병에 30만~80만원대인 이 럭셔리 테킬라는 바(Bar)보다 레스토랑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데, 서울 압구정 바 ‘한량’에선 클라세 아줄의 테킬라와 메스칼까지 두루 맛볼 수 있다.

처음 클라세 아줄을 맛본다면 별도의 가니시 없이 원액인 니트(neat)로, 가늘고 긴 플루트 잔이나 글렌캐런 잔에 담아 천천히 음미해보자. 풍성한 아로마와 우아하면서 미묘한 맛, 부드러운 목 넘김이 당신이 가지고 있던 테킬라 사전 속 정의를 바꿔줄 것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