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시공업체 속출…체불임금 ‘대지급금’ 제도 관심집중

2024-09-27

사업주 대신 밀린 임금 지급

근로자 생계·생활 안정 지원

부정수급 밝혀지면 엄한 제재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상당수 시공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감 부족에 따른 매출 부진에다 공사원가 급등으로 적정수익을 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더욱이 고금리 여파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보니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제때, 정해진 금액만큼 지급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 지급 사유·범위 등 숙지해야

이런 현실과 맞물려 대지급금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지급금은 ‘체불 임금등 대지급금’의 줄임말로, 사업주가 도산 등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돈을 뜻한다. 정부는 추후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변제금을 청구하게 된다.

대지급금 제도는 체불 근로자의 생계와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한 것으로, 임금채권보장법 및 하위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종전에는 체당금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으나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에 따라 2021년 10월 14일 이후에는 대지급금으로 불리게 됐다.

대지급금은 크게 도산대지급금과 간이대지급금으로 나뉜다. 도산대지급금은 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 퇴직근로자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법원의 파산선고 결정이나 도산 등에 대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사실인정도 도산대지급금 지급 사유가 된다.

간이대지급금은 제대로 주지 않은 임금 등의 지급을 명하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 지급한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사업주의 확인을 받아 체불임금 등이 밝혀진 경우에도 간이대지급금을 지급할 수 있다.

대지급금 지급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 퇴직자의 경우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이나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중 체불액을 받을 수 있다. 재직자의 경우 소송 또는 진정 등을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마지막 체불 발생일부터 소급해 3개월간의 임금 중 밀린 금액을 받을 수 있다. 퇴직자 및 재직자는 제대로 수령하지 못한 임금 외에도 휴업수당이나 출산전후휴가기간 중 급여 중 체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체불임금이 많더라도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받지 못한 돈 모두를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산대지급금의 경우 2100만원을 상한액으로 정하고 있다. 상한액은 근로자 연령이나 기간(월별 또는 연별)에 따라 달라진다.

간이대지급금의 상한액은 퇴직자 1000만원, 재직자 700만원이다. 퇴직자의 경우 항목별로 임금 등 700만원, 퇴직급여 700만원으로 상한액이 정해져 있다.

■ 고의 밝혀지면 구속수사 원칙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으면 엄한 법적 제재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임금채권보장법 28조는 대지급금 부정수급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지급금을 고의로 부정수급하는 경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 예로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은 이달 12일 대지급금 제도를 부정한 방법으로 악용한 사업주 ㄱ씨를 임금채권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대구서부지청에 따르면 피의자는 채권자들과 공모해 간이대지급금으로 채무를 변제하기로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ㄱ씨는 실제 근로사실이 없는 허위의 근로자를 진정인으로 끼워 넣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를 퇴직근로자로 위장해 대지급금 6407만원을 부정수급하고 이를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는 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에 변제계획을 ‘체당금으로 대체’라고 기재하는 등 처음부터 간이대지급금 부정수급을 계획하고 8명의 간이대지급금 6407만원을 받게 한 후 그중 4938만원을 채권자에게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는 위 범행 이후에도 사채업자, 채권자가 각각 모집한 허위근로자를 진정인으로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고 간이대지급금 부정수급을 추가 시도하는 등 재범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노동관서의 판단이다.

더욱이 피의자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노무관련 자료를 조작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구서부지청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피의자를 구속했다.

김성호 대구서부지청장은 “대지급금 제도를 악용한 범죄는 임금채권보장 기금의 건전한 운영을 악화시키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임금체불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시공사 협력체 공모 들통

시공사 협력업체와 공모한 간이대지급금 부정수급 사례도 눈길을 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지난 2월, 건설업자 최 모 씨를 제3자에게 간이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하도록 함으로써 임금채권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최 모 씨 주도로 이루어진 부정수급은 약 2억6000만원에 이른다.

구속된 건설업자 최 모 씨가 임원으로 있는 A시행사는 경기도 양평군 소재 주택 신축공사의 발주처로 공사를 도급받은 시공사 B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B시공사의 협력업체가 공사 진행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최 모 씨는 B시공사의 협력업체 대표 5명과 공모해 부정한 방법으로 간이대지급금을 받게 했다. 이를 통해 A시행사에서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을 청산함으로써 채무를 면탈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모 씨는 먼저 B시공사의 협력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그 소속 근로자들에게 B시공사를 상대로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게 했다. 하지만 진정사건 조사 과정에서는 노동청에 출석해 B시공사의 이사를 사칭해 B시공사의 대리인 행세를 했다.

최 모 씨는 근로자들을 B시공사에서 직접 고용한 것이라고 허위진술해 임금지급 책임을 B시공사로 돌리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출근기록(출역일보)을 조작해 제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B시공사에서 직접 고용한 것으로 둔갑시켜 임금체불을 확인받고 간이대지급금을 수령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최 모 씨는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C건설업체에 대해서도 그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을 C건설업체에서 직접 고용한 것으로 위장해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수령토록 함으로써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을 청산하기도 했다.

최 모 씨는 부정수급자들과 공모하면서 해당 현장에서 전혀 일한 적 없는 사람을 허위로 근로자에 끼워넣거나 실제 계약된 임금보다 액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대지급금 수령액을 키웠다. 최 모 씨의 범행은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들에게 이미 지급된 대지급금을 회수하기 위해 B시공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성남지청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최 모씨의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됐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거주가 일정치 않아 도주의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수사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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