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11월 22일) 낮 2시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동영ㆍ양문석ㆍ김용만ㆍ김준혁 의원이 주최하고 ‘국가만들기 시민모임’, ‘시민모임 독립’ 주관으로 “한일관계 다시본다. 정치ㆍ문화 그리고 역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로는 1. “한미일 군사동맹 - 전쟁으로의 초대장 : 신한일공동선언”을 제목으로 서울대 남기정 교수가 발제하고 전남대 진활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고, 2. “친일파의 명예회복(?) - 에키타이안(안익태) 사례”를 주제로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발제하고, 민족문제연구소 김순흥 광주지역위원장이 토론을 맡았으며, 3. “한일문화관계의 재조명: 엔카와 트로트, 그 탄생과 음악적 연관성”을 제목으로 한국음악연구소 강태구 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문화평론가 김태균 한국음악학 박사가 토론했다.
또 네 번째는 ‘한일 역사문제의 신쟁점’ 가운데 “뉴라이트 역시관”에 관해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발제를,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이 토론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의 이론 기반과 인적 계보”는 전 서울과기대 이재윤 강사가 발제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유승경 수석연구위원이 토론을 맡아 4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진지한 모습을 꾸려냈다.
이 가운데 눈에 띈 것은 한신대 이해영 교수의 “친일파의 명예회복(?) - 에키타이안(안익태) 사례”의 주제발표였다. 이 교수는 에키타이안이 직접 지휘한 만주제국 건국 10주년 기념축하 연주회 <축전곡(Festmusik> 영상을 보여준 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안익태의 ‘명예회복’을 외치고 나섰다. 필자로서는 국민들 스스로 이런 일부 극소수 뉴라이트의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 것인지 충분히 자료와 근거를 제공하고 판단해 보자는 쪽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 더 한국음악연구소 강태구 연구원의 “한일문화관계의 재조명: 엔카와 트로트, 그 탄생과 음악적 연관성”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강 연구원은 “대한민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트로트 열풍이라는 문화현상을 겪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을 검색하면 무려 27개의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로 트로트는 이제 대한민국의 공연시장은 물론 방송, 연예 부문까지 그 영역의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들을 것인가는 대중이 선택할 몫이다. 트로트가 엔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음악장르기 때문에 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 통치에 협력하는 내용의 가사를 가진 군국가요의 창ㆍ제작 활동을 하고, 대중들을 선전 선동하기 위한 음악극이나 다양한 활동 등을 동시에 진행했었음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의 토론 “식민지 근대화론의 이론 기반과 인적 계보”도 관심을 끌었는데 그는 “2019년 3ㆍ1만세운동 100주년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의 관련 조례 재정은 ‘항일독립운동 지원 조례’ 69개 등 237개에 이르렀는데 이후 예산을 집행한다는지 실행은 거의 미미한 지경이다. 한 원로 문학평론가는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은 그 어느 역사 관련 문학 작품보다 낫다’라고 했는데 대안 모색과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민족문제연구소 김순흥 광주지역위원장의 토론도 흥미를 끌었는데 그는 “우리는 광주에서 10년 전부터 해마다 ‘친일음악회’를 열었다. 그때 우리가 아마 항일음악회나 독립음악회 등으로 이름을 붙였더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면서 우리가 무심코 즐겨 불렀던 ‘희망의 나라를 작곡한 현제명, ‘선구자’를 작곡한 조두남 등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음악인이 41명이나 된다. 올해도 12월에 친일음악회를 여는데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부탁했다.
아현동 온 강영한(55) 씨는 ”요즘 한일 관계에 크게 신경이 쓰여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부를 하기 위해 왔다. 친일했다는 에키타이안 안익태 얘기와 트로트가 일본의 유행가인 엔카와 음악적 DNA를 공유했다는 발표자의 얘기에 나는 눈이 번쩍 띄었다. 한일 관계 속에서 무심코 흘렸을 이런 내용들은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5시간 가까운 토론회 내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요즘 논란이 큰 한일관계의 문제 제기와 해법 모색에 숨소리도 죽여가면서 발표를 경청했다. 2024년 갑진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즈음 정말 뜻있는 토론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