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노란봉투법에 심리 위축...대기업 60% "내년 투자 없거나 미정"

2025-12-07

대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500원 선을 위협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국내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7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투자계획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 110개사 중 59.1%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43.6%) 투자계획이 없다(15.5%)고 답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40.9%에 불과했다.

내년 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서 올해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곳은 13.3%에 그쳤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33.3%였고, 나머지 53.4%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내년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26.9%)인 이유를 꼽았다. 고환율과 원자재 상승 리스크(19.4%)와 내수시장 위축(17.2%)도 많았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음에도, 고환율 기조로 인해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탓으로 풀이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최근 1460~1470원대를 오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1500원 선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 개입 의지 등을 고려하면 1500원 선을 쉽사리 뚫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수급이 더 악화한다면 한 달 뒤 환율이 1520원이어도 이상하진 않다”고 밝혔다.

‘고환율=수출 호재’ 공식도 깨지는 것도 국내 기업에 악재다. 과거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단가가 낮아져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원자재·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아진 데다 해외 직접 생산도 늘어나 원화 약세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옥희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스탠스가 가격 경쟁보단 품질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고환율에도 수출기업이 가져가는 이득이 줄었다”며 “여기에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소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대내 경영 환경도 좋지 않다. 당장 내년 3월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에겐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자동차·조선업 등 수천 개에 달하는 하청 업체를 둔 기업은 교섭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인세 부담 증가, 정년 연장 논의 등도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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