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
3년 연속 수천억원 규모 적자 기록…'유동성 위기설'까지 등장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 등용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 가속
‘적자의 늪’에 빠진 롯데케미칼이 1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며 경영 기조를 ‘안정’이 아닌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통설을 외면하고 고강도 쇄신에 나선 것은 그만큼 롯데 화학군의 위기감이 큼을 보여준다. 앞으로 롯데케미칼은 화학소재 전문가 등용을 통해 사업 중심을 기초화학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로 전환하는 작업을 가속하고 최근 돌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그간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이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으나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M&A(인수합병)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사상 처음으로 롯데그룹 내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하며 그룹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2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업황 부진과 중국발 저가 공세로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는 등 수세에 몰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66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의 실적부진으로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롯데는 즉각 반박에 나서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신용 보강을 목적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며 유동성 위기설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롯데 화학군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영준 사장은 유동성 위기설 방어와 적자탈출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임무를 맡게 됐다.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 사장은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한 이후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강화하는 등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이 사장은 롯데케미칼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앞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기초화학 사업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연초부터 기초화학 부문의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예고한 바 있다. 기초화학 비중을 현재 60%에서 2030년까지 30%로 줄이고 첨단소재 비중은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 이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내 투자 집행하며 재무구조도 손질한다.
한편, 롯데는 과감한 인적 쇄신을 내세우며 롯데 화학군의 13명의 CEO 중 10명을 교체했다. 이와 함께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도 퇴임했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