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경제와 치유농업의 마케팅 방향

2025-11-02

[전남인터넷신문]오늘날 소비는 더 이상 ‘필요한 것을 사는 행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보다, 정서적 만족과 자기회복을 위한 소비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소비의 중심이 기능과 효율에서 감정과 경험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트렌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놀이 경제’다. 놀이경제란 재미, 휴식, 의미, 감정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가 경제 활동의 동력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의 마케터 후지무라 마사히로는 “현대 소비의 70%는 놀이적 소비이며, 놀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비자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소비가 생존을 위한 행위였다면, 지금의 소비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 이루어진다.

이 관점을 농업에 적용해 보면 흥미로운 대비가 보인다. 기존 농업은 생활 소비에 머물러 있었다. 쌀, 배추, 달걀, 고구마 같은 농산물은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었고, 소비자 선택의 기준은 가격, 신선도, 양이었다. 그래서 농업은 늘 가격 경쟁에 시달려야 했고, 생산이 늘어날수록 농가가 어려워지는 모순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치유농업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다. 치유농업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자연을 매개로 마음과 몸을 회복시키는 경험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소비자는 치유농장을 찾을 때 상추 한 단을 사기 위해 가지 않는다. 흙을 만지고, 꽃을 심고, 허브 향을 맡고, 숲 속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기 위해 간다. 이 소비는 생계가 아니라 감정의 소비이며, 기능이 아니라 의미의 소비이다. 즉, 치유농업은 생활 소비가 아니라 놀이적 소비의 시장에 속한다.

그렇다면 농업 현장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고객의 어떤 감정을 회복시키는가?”, “고객은 왜 이곳에 와야 하는가?”,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경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농산물은 대체재가 많지만, 감정을 회복시키는 경험은 대체 불가능한데, 이 부분에서 치유농업 마케팅의 본질이 드러난다. 치유농업의 경쟁력은 상품이 아니라 감정이며, 재배 기술이 아니라 경험 설계에 있다.

예를 들어 허브 화분을 판매하는 농장은 여전히 생활 소비 시장에 머문다. 그러나 ‘수면 개선 허브를 직접 심고 블렌딩해 나만의 힐링 티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은 놀이경제 속에서 살아남는다. 두 농장의 매출 구조와 소비자 만족도, 재방문율, 입소문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치유농업이 농업의 확장이 아니라 농업의 진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사고, 먹을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사기 때문이다.

농업은 지금까지 생산과 유통의 산업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치유농업은 경험과 감정의 산업으로 전환된 농업이다. 이 변화는 농업의 경제적 생존을 위한 방편을 넘어, 농업이 사회적·문화적 역할을 다시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치유농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한 소득 창출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앞으로의 소규모 농업은 가격 경쟁을 통해 살아남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 그러나 치유농업은 놀이경제, 감정경제, 경험경제 위로 이동할 수 있는 농업 분야이며, 그만큼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필요한 것’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에게 좋은 것’을 소비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먼저 응답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치유농업이다.

농업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농업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순간이 오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어떻게 더 싸게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깊이 회복시키고 기억되게 할 것인가"이다. 놀이를 이해하는 농업, 감정을 회복시키는 농업, 그리고 마음을 연결하는 농업. 이것이 치유농업 마케팅이 가야 할 길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놀이의 심리적 구조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1).

허북구. 2025. 치유농업과 로제 카이요의 놀이 이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31).

허북구. 2025. 재미농업과 엔터테인먼트 농업, 농촌의 새로운 무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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