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세상 글을 더 쉽게’… AI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정보 환경 구현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행정 안내, 정책 문서, 의료 설명서, 금융 약관, 학교 공지, 계약서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접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어렵고 길며 복잡하게 느껴진다. 발달장애인, 지적장애인, 그리고 문해력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장벽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적시에 도움을 받기 어렵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기회도 제한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정보 접근권과 자기결정권에 관한 문제다.
2023년 OECD의 성인역량조사(PIAAC,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for Adult Competencies)에서는 한국 성인의 약 30%가 문해력에서 가장 낮은 수준(Level 1 이하)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복잡한 문서나 공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러한 문해력에서의 격차가 최근에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보 이해가 얼마나 높은 장애물이 되는지 시사하는 중요한 근거다.
쉬운 정보는 문해력 부문에서의 공식적인 정보 접근성 형식이다
쉬운 정보(Easy Read)'는 발달장애인과 인지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을 위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과 구조, 단어, 그림을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국제적 정보 제공 방식이다. 쉬운 정보는 글을 짧고 쉽게 쓰는 것을 넘어서, 한 문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며, 글과 그림을 함께 보여주는 형식이다. 복잡한 내용을 간단한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로 이해도를 크게 높인다. 영국의 학습장애 지원 단체 Mencap과 EU의 Inclusion Europe 등의 기관은 쉬운 정보(Easy Read)가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자기결정 능력, 정책 참여 능력을 실질적으로 높인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쉬운 정보 제작의 어려움 - 쉬운 정보 제작에 많은 시간 투자와 노력 필요
쉬운 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문제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어려워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혔다. 고품질의 쉬운 정보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문장을 분석하고 재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검수에 참여해야 하며, 텍스트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매칭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모든 정책 문서와 공공 안내문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특히 행정, 재난안전, 의료, 금융, 교육 등에서 매일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문서량을 고려하면, 쉬운 정보는 필요성이 분명한 기술임에도 “수작업으로는 확장할 수 없는 기술”로 남아 있었다.
AI로 쉬운 정보 구현 - AI는 쉬운 정보를 현실적인 사회적 인프라로 만드는 첫 번째 기술이다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러 연구들은 텍스트를 단순화하면 실제로 사람들의 이해도와 처리 속도가 향상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의 ACL(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학회에 발표된 연구에서 복잡한 뉴스 기사를 자동으로 단순화했을 때 참가자들이 동일한 이해 과제를 평균 약 18% 더 빠르게 끝냈다는 실험 결과가 확인되었다. (출처: Laban et al., 2021, ACL “Keep It Simple”)
또한 Google Research가 4,5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무작위 실험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문 텍스트를 단순화했을 때 전체적으로 객관식 이해도 점수가 약 3.9%포인트 높아졌으며, 특히 의학 분야 텍스트에서는 14%포인트 이상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Google은 이 실험에서 텍스트 난이도뿐 아니라 독자가 느끼는 인지적 부담까지 감소했다는 점을 함께 보고했다.
이는 AI가 중요한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글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쉬운 정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시간이 많이 필요한 단계, 예를 들어 어려운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 핵심 내용을 뽑아내는 일, 쉬운 표현을 찾는 일, 그리고 적절한 그림을 추천하는 일 등을 AI가 도울 수 있게 되면서, 쉬운 정보는 처음으로 “확장 가능한 기술”이 되기 시작했다.
AI와 쉬운 정보: 권리 확대와 사회적 가치 - 쉬운 정보와 AI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더 넓게 보장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은 쉬운 정보를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넓은 영역에서 쉬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 행정, 의료, 재난, 금융, 교육 분야 곳곳에서 쉬운 정보가 필요하지만, 그동안의 방식으로는 그 수요를 따라갈 수 없었다. AI는 이 불가능했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EU, 영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쉬운 정보를 공식적인 정보 제공 형식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UN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인지적 접근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가 쉬운 정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동안 일부 영역에만 적용되던 쉬운 정보를 사회 전체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이해가 어려운 정보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다.
AI 기반 쉬운 정보 기술은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뿐 아니라, 정보가 사회 전체의 공동 자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기술이다. 이는 기술이 특정 집단을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쉬운 정보 AI는 선택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새로운 정보 인프라다.
이큐포올 이안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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