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대응 제도를 악용한 이른바 ‘통장 묶기’ 사기가 급증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지급정지 제도 악용 건수가 급증한 가운데, 모르는 사람에게서 들어온 돈 한 번으로 계좌 전체가 멈춰 서는 사례가 잇따라 우려를 낳고 있다.
◇ '통장 묶기' 건수 매년 급증…“선의 베풀다 발목 잡힌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급정지된 계좌는 2023년 2만7652건, 2024년 3만2409건으로 매년 큰 폭 증가하고 있다. 원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악용하려는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수법은 일명 ‘통장 묶기’로 불린다. 피의자는 일부러 피해자 계좌로 돈을 보낸 뒤 은행에 “보이스피싱을 당해 속아서 송금했다”고 허위 신고한다.
그러면 은행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즉시 지급정지를 걸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통장뿐 아니라 피해자 명의의 모든 계좌의 비대면 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된다.
이때 피의자는 “신고 취소해줄 테니 돈을 보내라”며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아예 보복·복수 목적으로 아무 말 없이 계좌만 묶어 피해자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 “금요일밤, ‘계좌 잘못 보냈다’며 1원씩 보내 협박”

28일 한 피해자는 ‘통장 묶기’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작년 금요일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무려 100만 원을 입금받았다. 입금자 A씨는 곧바로 피해자에게 3일에 걸쳐 1원을 보내며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월요일에 경찰에 신고하겠다”, “이 번호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문자 안 보내면 바로 신고하겠다”와 같은 메시지에 피해자는 당황했지만, 실제로는 절대 연락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연락하는 순간 개인정보가 노출돼 2차 협박이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 “갑자기 100만4000원 입금, 3시간 뒤 통장 전부 동결”

이달 KBS가 보도한 또 다른 사례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 한 시민은 갑자기 100만 4000원이 입금된 뒤 3시간 만에 계좌 전체가 ‘사고처리 계좌’로 등록되며 모든 모바일·인터넷 거래가 중단됐다. 은행 측은 “송금자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주장하며 계좌를 정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항의했지만 은행은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임의로 풀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지급정지가 자동 해제되려면 17일 안에 신고자가 은행·경찰에 ‘서면 신고’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 기간에 피해자는 사실상 금융거래가 차단된 상태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신종 사기가 ‘돈세탁 사전 탐색’ 혹은 특정인을 겨냥한 보복(복수 대행)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은 “범죄 조직이 계좌를 돈세탁용으로 쓰기 적합한지 시험하거나, 누군가 앙심을 품고 의도적으로 계좌를 잠그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이런 사례가 온라인상에 꾸준히 올라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2가지, ‘이의제기’가 유일한 해결책
전문가들은 이런 ‘통장 묶기’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대응은 이의제기 절차 착수라고 조언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지급정지가 걸린 뒤 2개월 이내에 은행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사실이 없다는 객관적 자료, 입금자와 무관하다는 증거, 거래 내역과 메시지 캡처, 경찰 신고 내역 등을 제출해 소명해야 한다.
특히 경찰서에서 발급받는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은 은행 심사에 도움이 되는 핵심 자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또 “절대 송금자에게 직접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연락하는 순간 개인 정보가 노출돼 2차 협박이 시작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계좌에 들어온 돈을 임의로 사용하면 액수와 상관없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어, 반드시 은행을 통해 공식적인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피해가 반복되는 현실을 인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지급정지 제도가 악용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보이스 피싱 피해 구제에 맞춰져 있는 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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