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번엔 농담 아니다"…트럼프 '그린란드 집착' 이유 셋 [세계한잔]

2024-12-24

"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다. 매물이 아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이같이 강하게 반발했다. 에게데 총리는 "그린란드는 지금도, 앞으로도 매물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린란드는 북극해에 있는 덴마크 자치령이다. 트럼프는 전날 자신의 SNS에 "세계 안보와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 소유와 통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매입을 거론했다. 앞서 집권 1기인 지난 2019년에도 트럼프는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다가 덴마크와 외교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집권 2기를 앞둔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을 재거론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엔 농담이 아니다"며 "덴마크가 거부할 수 없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뭘까.

① 천연자원 보고, 미군 전략적 요충지

NYT는 트럼프가 '안보'와 '상업적 이익' 차원에서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그린란드에 미사일 방어와 우주 감시 임무를 위한 전략 기지인 피투픽 공군기지를 두고 있다. 또 그린란드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최단 경로에 위치했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10배에 가까운 그린란드에는 석유·천연가스는 물론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됐다.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를 편입할 경우,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해왔다. 1860년대 앤드루 존슨 당시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최초로 추진했고, 이후엔 1946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며 덴마크에 1억 달러(약 1457억원)를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NYT는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기후위기 시대의 북극 항로 개척 경쟁에서 중국·러시아를 따돌릴 요충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기차·풍력 터빈 등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광물 매장지라는 측면에서 그린란드 매입에 집요하게 매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 전문가들도 이번 트럼프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덴마크 왕립 방위대학의 북극 안보 전문가인 마크 야콥센은 "(2019년과 달리) 트럼프의 발언에 웃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 그린란드에서도 트럼프의 제안을 실리적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② 북극에 대한 中 야망 억제

트럼프 2기 재점화된 미·중 패권 경쟁도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셰리 굿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이 그린란드에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NYT는 중국의 북극에 대한 야망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열린 해상 교통로를 개발하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굿맨 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그린란드로 손을 뻗치는 데 성공한다면 북미의 문턱에 발을 들이는 꼴이 되므로, 미국은 이를 선제적으로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은 자국을 보호하고, 적대자(중국)가 미국 본토와 가까운 영토에 접근해 전략적으로 미국에 불리하게 활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NYT는 "과거 트루먼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한 것은 소련군을 몰아내기 위한 냉전 전략이었다"면서 "트럼프 역시 러시아·중국과 상업 운송 및 해군 자산을 위한 북극 항로 장악을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그린란드 매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것"이라 전했다.

③ "트럼프식 팽창주의·식민지주의"

CNN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란 조롱과 "파나마 운하 반환" 위협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지적하며 "트럼프가 미국 영토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미국은 외국에 대한 개입을 철회해야 한다'며 고립주의를 주창해온 사람이, 19세기 미국 영토 확장기의 '팽창주의'를 내세우는 모습"이라고 비꼬았다.

NYT 역시 미국의 영토 확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스페인-미국 전쟁 이후 필리핀을 장악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팽창주의와 식민지주의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고립주의 신조가 아니란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는 영토 주권을 신성불가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트럼프는 노골적인 영토 찬탈을 비난하기는커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천재적 행보"라고 칭찬한 바 있다. 또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추진 과정에서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국경 회복에 대해선 한번도 언급한 적 없으며 다만 전투를 끝내기 위한 ‘협상’만 강조할 뿐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NYT는 트럼프의 이같은 영토에 대한 시각에 대해 “갑자기 세계 최대의 군대의 힘을 갖게 된 부동산 개발자가 협상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박형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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