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2020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검증위는 또 국토교통부가 제3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는 문제와 관련해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절차적 흠결도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공항 후보지 평가를 의뢰, 김해공항 증축으로 확정된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안이 4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로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검증위 발표 직후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ADPi 평가에서 꼴찌였던 가덕도를 새로운 관문공항으로 만드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이듬해 2월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그해 4월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검증위가 ‘근본적 검토’를 명시하면서 제시한 이유들부터 옹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여곡절 끝에 새로 선택된 가덕도신공항은 어떨까. 공항 관련 전문가와 업계에선 여러 난제가 김해신공항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신공항 부지가 외해(육지로 둘러싸이지 않은 먼바다)에 직접 노출돼 조류와 파도 등의 영향을 바로 받는 데다 수심이 깊어 대규모 매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바다를 메워서 공항 등 구조물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부등침하(구조물의 기초지반이 여러 지점에서 서로 다르게 가라앉는 현상)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은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0여년간 약 13m가 가라앉았고, 현재도 계속 침하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쓴 유지비만 10조원이 훨씬 넘는다.
지반 전문가인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전 대한토목학회장)는 “가덕도는 수심이 깊은 데다 연약층도 더 두꺼워서 간사이공항보다도 조건이 안 좋다”며 “어렵게 완공하더라도 적지 않은 부등침하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지 논란은 곧 난공사로 이어지게 된다. 가덕도 주변은 파도와 조류, 연약지반 탓에 매립작업이 쉽지 않은 데다 태풍의 길목으로 2000년 이후 10여개의 태풍이 지나갔다. 공사를 방해할 자연적 요건이 즐비한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2029년 말 개항을 고수하는 탓에 공사기간마저 너무 촉박하다.

10조원대의 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따낸 현대건설이 지난 5월 손을 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공항 설계 분야에 손꼽히는 엔지니어링사의 간부는 “유례없는 사업비가 투입되는데도 건설사와 설계사가 참여를 꺼리는 건 공사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이 크다”고 전했다. 인명 사고라도 나면 중대재해처벌법 등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해양생태계 등 환경훼손 우려도 크다.
이들 난제를 뚫고 어렵사리 개항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계획대로라면 13조원이 투입되는 신공항엔 3500m짜리 활주로 1개만 들어서게 된다. 운영 과정에서 부등침하가 발생하면 대체활주로가 없는 탓에 보완작업을 위해 한동안 공항폐쇄가 불가피하다.
간사이공항은 활주로가 2개라 번갈아 작업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활주로 1개를 더 놓으려고 하면 7조원 넘는 돈이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에 태풍이 닥치는 경우 발생할 피해는 섣불리 가늠하기 어렵다. 사천·진해비행장과 중첩되는 공역에다 김해공항과 얽혀 복잡해지는 관제업무 등 항공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공항의 성패를 좌우할 장거리 국제선 유치도 만만치 않다. 국내선은 김해공항에 두고, 국제선만 운영할 가덕도신공항은 2065년 기준으로 여객 2300만명 수용이 목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대한교통학회장)는 “공항이 아닌 항공사 중심 시장인 항공산업에서 국내외 항공사들이 인천공항 외에 가덕도신공항에 미주·유럽 등 신규 장거리 노선을 띄우고 지속해서 운영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토부 고위관료도 “과거 김해공항 사례를 봐도 항공수요 측면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동북아나 동남아 노선을 띄울 수는 있어도 대형항공사들이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개설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가덕도신공항은 입지의 적절성, 공사 안전성, 운영 안정성 등에서 우려할 점이 꽤 많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 통과 이후 사전타당성검토(사타)만 거친 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는 곧바로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사타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엄밀한 검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그래서 이제라도 국내외 전문가로 검증위원회를 꾸려 김해신공항처럼 꼼꼼하게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기술적 문제와 건설비용, 공사 기간만 관심인데 국토부와 부산시, 정치권이 모두 원칙대로 사업을 되돌아보고 완공 후의 운영계획과 수익 계획까지 투명하게 검증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개항을 이끌었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경제적 타당성, 운항 위험성, 공사 여건 등이 꼼꼼하게 분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가덕도신공항이 부산·경남지역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사업을 접고 그 돈을 이들 지역의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아직 삽을 뜨기 전이다. 지금이 사업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재검증하고, 추진 여부를 다시 판단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일부에선 정치권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사업을 서두를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건설과 운영 과정에 숱한 난관이 도사리는 논란의 사업을 정치적 표 계산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