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에 극소수가 생존 중인 무산쇠족제비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최근 다시 발견됐다고 환경부가 10일 밝혔다. 2017년 7월 첫 발견 이후 8년 만이다. 귀여운 외모의 무산쇠족제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 포유류로 알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공원공단은 지난달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야생생물 관측 도중 무산쇠족제비를 발견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돌 틈 사이에 얼굴을 내미는 성체 한 마리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무산쇠족제비는 성체의 길이가 12~18㎝에 몸통 굵기도 3㎝, 체중은 50~150g에 불과하다. '작은 족제비'라는 의미의 쇠족제비과 동물 중에서도 몸집이 가장 작다. 1927년 함경북도 무산에서 처음 발견돼 무산쇠족제비라 불린다.

주로 고산 지대의 굴이나 돌 틈, 나무 등 은신할 수 있는 장소에서 서식하는데, 이동이 매우 빨라 포착하기 어렵다. 여름에는 주로 갈색을 띠다가 겨울이 되면 흰색으로 변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 고산지대에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먹이를 사냥하기 위한 생존법이다.
귀여운 외모의 '숲속의 포식자'
짧고 둥근 귀와 동그란 눈,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길게 뻗은 체형으로 사람의 눈엔 귀엽게 보이지만, 실제론 포악한 성격을 가진 '숲속의 포식자'다. 쥐와 같은 소형 설치류를 주식으로 삼는데, 무산쇠족제비 한 마리가 한해 2000~3000마리의 설치류를 잡아먹는다. 때에 따라 소형 조류, 어린 토끼 등 몸집이 자신보다 더 큰 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양서류와 파충류, 곤충도 잡아먹어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한때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에 분포했으나 현재는 멸종위기에 몰린 상태다. 국립공원공단은 설악산·오대산 등 국립공원 10곳에 극소수만 생존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평균 1년 미만으로 생존 기간이 짧은 데다, 모피를 얻기 위한 남획과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이번 무산쇠족제비의 발견은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보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측과 야생생물 보호 활동 강화를 통해 국립공원 생태계를 건강하게 보호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