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반덤핑 조사 개시가 시사하는 점

2024-10-08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할 만큼 중요한 기초소재로서 자동차, 건설, 조선, 가전, 기계등 주요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산업 근간을 이루는 제조산업이다.

이러한 이유로 철강산업의 규모와 기술 수준은 그 나라 경제력과 국력의 척도로 평가되며, 우리나라도 철강산업의 기반 위에 안정적인 국가경제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후판은 해양 구조물, 건설, 중장비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얼마 전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관련 수요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 조사는 국가 간 무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기업들이 자국 내 생산비용 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외에 제품을 판매해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국내 후판 제조업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압박에 시달렸고, 중국산 후판이 더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단가 경쟁력은 더욱 약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수요가 축소되면서 이미 몇 해 전에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설비 폐쇄까지 단행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철강업체들이 자국 내 공급 과잉 문제와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국 철강을 글로벌 시장에 저렴하게 공급해왔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내려 왔다. 중국의 막대한 생산량이 국제 시장에서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었고, 이는 각국의 철강 산업에 직접적으로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시장이 가장 두드러진다. 철강을 사용하는 제조업 기반의 경제 구조를 지닌데다 무역장벽이 없고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깝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 철강업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후판은 이러한 양상이 가장 뚜렷한 품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반덤핑 조사 개시 결정이 기울어진 철강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철강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국의 주요 철강 기업들이 조사 대상이 된 만큼 향후 추가적인 조치나 대응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지속적으로 중국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행했고, 실제로 대다수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높은 반덤핑 관세가 부과하고 있다. 한국보다 제조산업 기반이 더 취약한 다른 나라들도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강도 높게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이로 인한 풍선효과로 중국 철강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더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덤핑 혐의가 인정된다면, 높은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결정은 한국 내 후판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중국의 무역 관행에 일정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후판을 사용하는 수요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할 수 있다. 업황이 개선된 조선업체들로선 후판이 선박 제조원가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반덤핑 조사가 반가울리 없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도 보세창고 유무에 따라 입장이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보세창고가 있는 대형 조선사들은 덤핑이 인정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지만 중소 조선사는 관세 부담이 커지게 되고, 비조선용 후판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후판 반덤핑 조사는 단기적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함과 동시에 국내 철강산업과 수요산업 간의 관계와 발전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무턱대고 밥그릇만 챙기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이상으로 기술 혁신과 친환경 생산에 더 집중하여 국내 제조업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지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내 철강 생태계를 더욱 강건하게 다지기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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