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정상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대통령실을 컨트롤타워로 범정부적 지원이 필수다. 방산 선진국들도 자국의 정상이 직접 나서는 등 총력전을 벌이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로서 중요성에 대한 일화가 있다.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Ⅱ’의 아랍에미레이트(UAE) 수출이다.
이스라엘이 경쟁자로 등장했을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을 가진 이스라엘 모사드(정보특수작전국)이 방산 수출 지원 활동을 한다는 첩보가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2020년 1월 조직개편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에 방위산업담당관실을 설치했다.
방위산업담당관은 국가안보실장 및 안보실 2차장에게 주요 방산 현안을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 첩보가 곧바로 국가정보원에 전달돼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아부다비로 날아가 UAE 정보국 최고 책임자 등을 만나는 등 수출 지원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천궁-Ⅱ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에도 세부적인 가격 협상을 두고 오랜 기간 기싸움을 벌이며 순탄치 않았다. 다양한 가격 자료와 운용 매뉴얼을 요구하는 등 UAE 측의 집요하게 압박했다. 심지어 미국이 지대공 요격체계 ‘패트리엇’ 가격을 낮춰 UAE를 공략한다는 소식에 긴장감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공군, 방산기업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일요일 오후에 출근해 관련자들 불러 회의를 주관하며 방위사업청, 방산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드디어 2020년 12월 31일 늦은 밤 주요 장비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2021년 초 나머지 장비 계약도 완료했다. 마침내 2022년 1월 15일 한국과 UAE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4조 원대 최종 계약서 교환이 이뤄졌다. 방위산업 역대 최대 규모 수출이다. 이 성적표를 받아낸 중심에 청와대 ‘방위산업담당관’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선 방위산업담당관을 폐지했다. 방위 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이자 첨단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대통령실에 컨트롤타워 역할 조직을 두지도 않은 것이다. 이런 탓에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약속은 초석도 다지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이재명 정부는 3년간 제자리 걸음으로 뒤처진 K방산을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재도약 하기 위해 총력전을 선언했다. 지난 5일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활동 중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방위산업 업계와 만나 방산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 자리에 주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15개 주요 기업을 초청해 의견과 제안을 청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실장은 “신속한 방위산업 지원을 위해 업계와 직접 소통하겠다”며 “수출시장 개척 과정에서 대통령 특사로서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적극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산간담회 이후 주목할 만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방산비서관을 신설해 K방산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7월 8일엔 국무회의에서 방산 육성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6개월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에서 K방산 콘트롤타워 역할을 누가 맡을지 초미에 관심사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최근 이재명 정부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된 K방산 수출 드라이브를 이끌 ‘방위산업담당관’ 직제를 아예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폐지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안보실(장관급) 산하 제1차장 소속 국방비서관 밑에 두었던 방위산업담당관(선임행정관급) 직제를 6개월도 안 돼 폐지한 것이다.
방위산업담당관은 방위산업 전반 총괄을 비롯해 대규모 수출 사업 때 정부간 지원팀 구성 및 조정 역할을 맡는 동시에 종합 수출전략 등을 수립하고 조율하는 막중한 자리다. 자주국방을 외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 40여 년 만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신설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폐지했다.
정부 및 군 복수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현 정부 출범 때 국방비서관 소속으로 방위산업담당관 자리를 신설했지만 오랜 기간 임명하지 않다 최근 직제를 없애면서 K방산 수출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며 “현재는 비전문가인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방산 육성 및 방산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기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국가안보실 김현종 1차장은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방개혁비서관을 역임하고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재입성했다. 정책통으로 육군사관학교(44기) 출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