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심의, 노후 원전 안전은 또 뒷전인가

2025-10-23

설계 수명 40년을 넘긴 고리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가 23일 승인됐다. 안전성 평가가 부실했다는 논란 속에서도 수명 연장에 한발 더 다가간 것이다. 전력 수요 증가와 기후위기에 대응해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고 정방향인데, 언제까지 노후 원전을 고쳐쓰겠다는 것인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고리 원전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를 표결을 통해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허가했다. 사고관리계획서엔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의 대응 전략·조직과 교육훈련계획 등이 담겼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사고 대응책에 합격점을 준 것이다. 원안위는 심의 끝에 2033년 4월8일까지로 잡힐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은 추후 결론짓기로 했다. 막바지 심의 절차에 들어간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은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 등 2029년까지 수명 연장 심의를 받는 원전의 계속 운영 여부에 대한 가늠자로 주목받아왔다.

노후 원전의 안전성 우려는 여전히 크다. 원안위는 원전 안전 평가에 최신 분석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도 ‘수소 폭발’ 관련 분석에서는 최신 모델보다 정밀도가 낮은 방식을 적용했다. 임기가 만료된 공학전문가 2명 없이 안전 심의를 하는 것도 문제다. 올봄 전력 생산이 많아 원전 가동률을 낮추는 감발조치가 빈번했는데, 이로 인해 고리 2호기가 재가동되면 원전 설비에 무리를 줄 우려가 있다. 고리 원전 단지 반경 30㎞ 안에 부산시민 대다수가 거주하는 만큼 안전성 검증은 수백번 강조하고 되짚어도 과하지 않다. 지역사회와 시민·환경단체들은 심사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과 안전성 검토 미비, 주민 의견 반영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특히 설계 수명이 지난 노후 원전을 고쳐쓰는 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 의문이다. 한수원 주장처럼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을 확보하더라도 노후 원전의 특성상 잦은 고장과 복구·정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운영 효율은 계속 떨어질 공산이 크다.

기후변화 속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충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태양광 발전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한국은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 시설·부지도 없는 나라이다. 안전성·경제성·장래성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는 노후 원전 재가동은 신중히 살피고, 지금도 늦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국민 총의와 국력을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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