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혁신 리포트
중국 내륙 도시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개혁개방 이후의 경제 성장에서 소외돼 홀로 낙후됐다’는 지적을 받는 도시다. 이 오명을 일거에 뒤집은 게 바로 시내에 자리 잡은 ‘아이폰 시티’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애플 아이폰의 절반 이상이 생산되는 곳. 축구장 약 780개 규모의 넓이(5.6㎢)에 약 25만~30만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 모여 일하고, 자고, 먹고, 쇼핑하고, 또 자녀 공부도 시킨다.

공장 주변에는 디스플레이·카메라·배터리 등 약 200개 부품 회사가 포진해 있다. 아이폰 시티는 그 자체가 보세구이기도 하다. 해외 부품은 무관세로 들어와 창고에 쌓인다. 모든 부품은 전화만 하면 1시간 안에 배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완벽한 공급망 덕택에 작년 한 해 이곳에서 생산된 아이폰이 1억2000만 대를 넘는다. 정밀도가 높은 고급 사양 제품의 경우 세계 판매의 8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애플로서는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이곳에 공장이 들어선 건 2010년이었다. 당시 정저우 시(市)정부는 약 6억 달러(약 8835억원)를 들여 공장을 지어줬다. 아이폰 제조회사인 대만 폭스콘에 운영자금 2억5000만 달러(약 3681억원)를 빌려주기도 했다.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거친 옥수수밭은 착공 1년여 만에 첨단 공장으로 바뀌었다.
그다음부터는 애플 몫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출판된 책 『애플 인 차이나』는 애플이 아이폰 시티를 조성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 기술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걸 애플이 모두 가르쳐줬다. 필요 설비를 깔아주고, 직원들에게 설비 작동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했다. 없는 부품은 해외에서 조달해왔다. 아예 ‘우리가 100% 사줄 테니 정저우로 공장을 옮겨라’고 외국 회사에 권유하기도 했다. ‘아이폰 시티’는 그렇게 조성됐다.

애플은 정저우 이외에도 선전(深圳)·타이위안(太原)·청두(成都)·쿤산(崑山)·옌타이(烟台) 등에서 아이폰 등 디지털 기기를 생산한다. 중국 전역에 스마트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도 주고, 공급망도 만들어주고… ‘애플이 중국에 ICT 생태계 형성의 가장 큰 공헌자’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애플은 생산 다각화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이폰의 약 90%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공급망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관계가 좋을 때, 서로 의존도가 높다는 건 협력의 공간이 넓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관계가 안 좋아진다면? 그건 누군가를 위협하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일은 터졌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11월, 정저우의 ‘아이폰시티’에서 괴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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