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안경 쓴 남고생 다카쿠라 켄은 쉬는 시간마다 UFO 잡지를 봅니다. 친구는 없습니다. 여러모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오타쿠’ 이미지를 고스란히 갖췄습니다.
아야세 모모도 학업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여고생입니다. 모모는 영매사인 할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인지 유령의 존재를 믿습니다.
동급생이지만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켄과 모모는 우연히 서로 대화를 트고, 각자 “외계인은 있지만 유령은 없다” “유령은 있지만 외계인은 없다”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모모는 외계인이 자주 나온다는 곳에, 켄은 유령이 자주 나온다는 곳에 간 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자고 제안합니다.
외계인도, 유령도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겠죠. 모모는 외계인에게 납치돼 생체실험을 당할 뻔하고, 켄은 유령에게 빙의됩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예기치 못한 초인적 힘을 얻습니다. 아울러 티격태격하던 둘은 서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단다단>은 동명의 소년 만화를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옮긴 작품입니다. 원작은 2021년 시작해 현재도 연재 중입니다.
한 작품에 나올 것 같지 않은 소재인 외계인, 유령을 모았다는 데서 흥미가 동합니다.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사다코 vs 가야코’ 같은 이벤트와 비교하면 짜임새가 튼튼합니다. 무엇보다 일본 소년 만화 원작답게 청춘의 아픔, 사랑, 성장을 절묘하게 녹였다는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오카룽’이라 불리는 켄은 친구가 없어 외계인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컬트 마니아가 됐습니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모모는 반항하는 척하면서도 할머니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에 귀신을 믿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귀신의 사연도 절절합니다. 오카룽이 처음 마주치는 터널 지박령은 이곳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에 희생된 소녀들의 원혼입니다. 두 번째 주요 요괴인 아크로바틱 찰랑찰랑의 사연은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무색하게 더욱 슬픕니다. 가난했던 엄마는 어린 딸을 홀로 키우기 위해 청소부터 성매매까지 온갖 일을 하며 악착같이 살다가 결국 원혼이 됐습니다. 아크로바틱 찰랑찰랑의 숨겨진 사연은 모모, 오카룽 일행과의 전투 이후 드러납니다. 격렬한 전투가 끝난 뒤 별다른 대사 없이 고요하게 진행되는 아크로바틱 찰랑찰랑의 이야기는 이때까지 극의 분위기와 워낙 다르기에, 그만큼 충격적입니다.
돌아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참으로 많은 요괴, 유령, 귀신이 등장합니다. 그 성격은 제각각입니다. 큰 인기를 끈 <귀멸의 칼날>의 혈귀는 절대악에 가깝습니다. 혈귀는 인간을 먹어 더 큰 힘을 키우고, 귀살대는 무조건 혈귀를 섬멸해야 합니다. 강 대 강이 맞붙는 형국입니다. <단다단>의 귀신 역시 인간을 괴롭히지만, 알고 보면 아크로바틱 찰랑찰랑처럼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며 한을 풀면 미련 없이 사라집니다. 애니메이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나오는 요괴들은 또 어떤가요. 평소엔 자아가 없어 말 한마디 못하지만, 누군가를 삼키면 그의 목소리를 내는 가오나시는 그 자체로 풍부한 은유입니다.
실제 요괴의 존재를 믿는 일본인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초자연적 현상을 요괴, 귀신으로 형상화해 대중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능력만큼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요괴는 <귀멸의 칼날>에서처럼 까닭 모르게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가 되었다가, <단다단>에서처럼 약자의 슬픔을 상징했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흥미로운 아이콘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 요괴가 무엇을 말하는지 상상하면서 본다면 좀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공포 지수 ★★ 무섭지 않아요
소년 만화 지수 ★★★★ 일본은 여전히 만화 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