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ABC 사업(AI·바이오·클린테크)'을 앞세워 미래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구 회장이 실물경제가 위축된 시기에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행보를 보인다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2028년까지 5년 간 국내 100조 원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 중에서도 50조 원 이상을 구 회장의 ABC 사업에 배정했다. 구 회장이 "LG 배터리와 전장 사업도 20년, 30년이 넘는 기술·개발과 투자 덕분에 이룬 성과"라며 "지금 당장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ABC 사업에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구 회장은 인공지능(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을 통해 글로벌 무대 진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그의 주도로 지난 2020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설립된 LG AI연구원은 지난 2022년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엑사원(EXAONE)을 개발했다. LG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LG그룹과 계열사의 AX(AI전환)를 이어가고 있다.
실무에 활용되는 '챗 엑사원'은 엑사원 3.5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 보조 AI 플랫폼이다. 실시간 웹 정보와 문서 기반 질의 응답, 번역,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한 마디로 AI 에이전트(비서)인 셈이다. LG는 이 같은 챗 엑사원을 그룹사 AX뿐만 아니라 플랫폼으로 변환해 상업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사원을 앞세워 AI·바이오 융합하는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말은 구 회장이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의 주축으로써 각별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미래 신사업인 AI, 바이오 융합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LG AI연구원은 지난 2월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AI 기반 암 진단 설루션 '엑사원 패스'가 엔비디아 의료 AI플랫폼인 '모나이'에 탑재되기도 했다.
엑사원 패스는 암 조직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기존 유전자 검사에 2주 걸리던 진단 시간을 1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미지만으로 유전자 변이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LG테크놀로지벤처스 역시 원격의료와 헬스케어 데이터, 신약 개발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구 회장은 ABC 사업을 다방면으로 적용하고 확장하는 것이 LG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의 키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선 AI와 바이오 등의 분야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분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며 "전통 산업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핵심 기술로 기업의 모든 영역을 바꾸고 있고 실질적인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