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값싼 외식보다 '가성비 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때 쇠퇴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재조명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슐리퀸즈, 빕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는 올해 들어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10~15% 증가했다. 특히 점심 회식과 가족 단위 외식 수요가 눈에 띄게 늘면서 주말 매장 예약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해 3분기 외식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1% 상승했다. 반면 애슐리·빕스 등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뉴 평균 인상률은 3%대에 그쳤다. 소비자 체감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가격 대비 만족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때문에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을 넘고 고깃집도 1인 2만 원 이상이 기본이라면 뷔페 한 끼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때 쇠퇴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최근 들어 '고물가 대안 외식'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된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는 '애슐리퀸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셀프·로봇 시스템을 확대했다. 직원 서빙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직접 메뉴를 담는 셀프바 방식을 확대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애슐리퀸즈 방문객은 전년 대비 약 14% 증가했고 매출은 18% 이상 늘었다.
애슐리퀸즈의 경우 2023년 23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000억원으로 1년 만에 70% 성장한데 이어 올해 연 매출 5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매장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2년 59곳이던 애슐리퀸즈 매장은 지난해 109곳으로 늘었고 올해 120곳에 이어 내년엔 150곳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빕스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5년 112개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2023년 27개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출점이 늘며 현재 3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는 2023년 전면 리뉴얼을 단행해 샐러드바 중심 구조로 재편했다. 과거 고급 스테이크 중심에서 벗어나 샐러드·즉석 그릴·디저트바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뷔페형'으로 변신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외식 수요가 단체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점심 회식·가족 외식 고객층이 크게 늘었다"며 "합리적 가격대에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구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몰리는 이유에는 슈링크플레이션도 있다.
치킨·분식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양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차라리 애슐리나 빕스가 더 낫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만~3만원이면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며 "가격만 보면 패밀리레스토랑이 더 합리적"이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패밀리레스토랑이 '비싼 외식'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성비 높은 회식 장소'로 재포지셔닝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브랜드들은 모두 운영 효율화와 자동화 도입으로 비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애슐리퀸즈는 로봇 서빙과 디지털 키오스크를, 빕스는 QR 주문·포인트 결제·테이블 회전율 개선 시스템을 확산시켰다. 이랜드이츠는 "직원 피로도를 낮추면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외식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식업 전반의 인건비와 원가가 오르자 패밀리레스토랑이 규모의 경제와 자동화를 활용해 경쟁력을 회복한 사례”라며 “소비자는 ‘한 끼 값이 아니라 한 끼 만족감’으로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흐름이 일시적 반등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려면 계약 단가·전력비 절감이 병행돼야 한다"며 "인건비가 추가로 오르면 '가성비 외식' 포지션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