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과 비엔나커피의 귀환…‘핫플’된 다방

2025-03-01

‘찐’ 레트로를 찾아서…

요즘 세대 ‘핫플’로 떠오르는 다방

조용히 흔적을 감췄던 다방이 요즘 세대의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세련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인테리어, 기약 없는 기다림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소셜미디어에서도 다방과 관련된 콘텐츠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레트로‘풍’에 지친 이들이 찾아낸 ‘찐’ 레트로의 위엄. 오래된 것은 허름하고 낡은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그 시절의 문화와 운치를 고스란히 품은 ‘오리지널 다방’의 부활이다.

BTS가 쏘아 올린 을지 다방

1985년 개업한 ‘을지 다방’은 노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가운데에도 을지로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재개발 이슈로 ‘을지면옥’ 건물이 허물어지면서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특히 을지 다방에 MZ세대의 방문이 많아진 데에는 BTS의 공이 크다. BTS는 지난 2021년 이곳에서 ‘시즌 그리팅(연말연시에 연예인들이 발매하는 각종 굿즈세트 모음)’ 포토북 화보를 촬영했다. 덕분에 다방은 팬들 사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꼽힌다.

여전히 BTS와 팬들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현재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맛집 탐방을 즐기는 조민정씨(21)는 “이곳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장님만의 따뜻한 정이 있다”며 “카페가 음료를 마시는 휴식 공간이라면 다방은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 이전, 을지 다방을 찾게 된다면 사장님이 직접 담근 김치와 라면을 먹어봐도 좋겠다.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인근 상인들을 위해 팔기 시작했던 메뉴답게 푸짐하다.

‘쌍화탕’에 빠진 MZ, 세운나 다방

국내 최초 종합 전자 상가인 세운상가와 함께 문을 연 ‘세운나 다방’은 4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공간이다. 1970년대 특유의 몰딩과 빨강과 핑크 중간 즈음의 빛깔을 내는 소파, 화려한 꽃망울 모양의 조명과 빈티지 컵, 빛바랜 공중전화와 육각의 성냥갑 등 가구와 소품 역시 그대로 보존돼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고객층이다. 상가 주민, 동네 어르신들로 가득하던 세운나 다방은 현재 ‘진짜 레트로’를 찾아 나선 10·20세대의 아지트로 변모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황재현씨(21)는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삶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서 “새로운 것에 피로감이 들 때가 있는데 과거 스타일은 신선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젊어진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메뉴에도 소소한 변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연 달걀노른자를 동동 띄운 ‘옛날 쌍화탕’이다. 담백함과 구수함은 기본,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맛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공간, 학림다방

대구에 사는 직장인 정아영씨(26)는 ‘다방 투어’가 취미다. 가성비를 강조한 천편일률적인 커피에 싫증을 느끼던 찰나,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다방에서 내공 깊은 사장님의 커피 맛에 반한 뒤 투어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다방 커피는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의 비엔나커피다.

서울대학교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학림다방은 서울대생들의 휴식처이자, 예술계 인사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아지트였다. 70여년의 세월에는 우리의 현대사도 포함됐다. ‘학림 사건’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의 다방은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노년층과 레트로 문화를 즐기는 청년층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로 은은하게 퍼진 고풍스러움이 여전한 매력이다. ‘웨이팅’보다 정감 있는 단어, ‘만석’이라고 적힌 종이 역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낭만으로 포장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