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대기업 근무’에게만 더 열린 문

2025-01-07

모든 노인이 재고용의 기회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성별·학력 등에 따른 고용 격차는 재고용에서도 이어진다. 저학력·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은퇴 후 곧바로 구직활동에 나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재취업 확률은 서울 거주·대기업 종사자일수록 높았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은퇴 후 재고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중·장년 임금근로자의 퇴직 후 재취업 이행 양상 분석’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정년퇴직자 400명 중 61.5%는 퇴직 후에도 구직활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퇴직 이후 새 일자리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5.6개월이었다.

다만 학력에 따라 구직활동에 나서는 비율에 차이가 있었다. 최종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는 퇴직 후 25개월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약 50% 정도만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중졸 이하의 경우 약 75%가 구직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구직시장에 남아 있는 기간이 짧거나, 아예 구직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 임금수준이 낮은 저학력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노후 빈곤을 크게 실감할 가능성이 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게 된다”면서 “또 대졸자가 많은 사무직보다는 생산·노무·기능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대졸자의 구직활동률이 낮은 이유”라고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기업 은퇴자일수록 쉽게 재취업을 했다. 서울 거주자에 비해 광역시와 기타지역 거주자의 재취업 확률은 각각 64.7%, 63.3%로 낮았다. 30인 이상~99인 미만 규모 사업체 퇴직자의 재취업 확률은 종사자 수가 1000인 이상인 사업장 퇴직자의 절반(53.7%) 수준에 그쳤다. 300인 이상~999인 미만 규모 사업장의 재취업 확률도 1000인 이상 사업장의 68.1% 수준이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남성은 여성보다 재취업 가능성이 1.9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저학력, 저임금에 속하는 이들이 퇴직 이후에도 쉼없이 구직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취약계층의 재취업 또는 지속고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재고용 관련 정책 가이드라인이 없다. 통상 재고용 노동자의 경우 은퇴 직전 임금의 30~40%를 깎고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없다. 특히 재고용 협상을 할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업장의 필요에 따라 ‘알음알음’ 재고용 되는 식이다.

한국고용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고령자 계속고용 운영현황’ 보고서를 보면, 인터뷰에 응한 300인 미만 제조업 사업체 3사는 모두 취업규칙에 재고용 제도를 명문화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필요 인력을 묵시적으로 재고용한다고 답했다. A사는 “대기업이 아니다보니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을 받기 어렵다. 어떻게 운영되는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존 고용시장의 차별적 요인이 재고용 시장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면서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 등이 객관적 기준을 두고 적용되는지 정부가 나서서 모니터링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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