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5·18과 관련한 11개의 권고안을 정부에 제시했지만, 정부 부처들은 모두 형식적인 답변만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조사위는 지난해 6월 5·18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11개의 권고안을 국회,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국방부, 법무부, 국가보훈부에 제시했다.
조사위 권고안에는 5·18정신 헌법 수록과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 왜곡 근절을 위한 사법 조치 강화, 성폭력 피해자 2차 피해 방지, 보상 신청 및 심의 상설화, 기록물 접근권 보장, 5·18연구재단 설립 지원, 계엄 발동 요건 관련 개정 등이 담겼다.
이 권고안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4년여간 조사 활동을 한 조사위가 정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종 결과물이다. 5·18진상규명법에 따라 정부는 6개월 내 권고안 내용에 대한 이행 계획을 수립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부처들의 답변은 형식에만 그치고 있다. 국방부는 ‘5·18과 관련한 군사 정훈 훈련을 하고 진행해야 한다’ 요구에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고 교재에 ‘518 등을 통해 민주화를 이뤄냈다’ 라고 이미 적혀있다”고 회신했다.
‘5·18 연구기관을 설립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에 대해 행안부는 “별도의 연구재단을 설립하기보다 5·18기념재단 등에서 관련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관련 지원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기록물 접근권 보장 요구에 대해서도 “공공기록물법과 정보공개법에 기록물 접근권을 이미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법조치 강화요구에 “엄정히 처벌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고, 국회와 대통령실은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5월 단체들은 정부 부처들이 조사위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조사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구한 것인데 ‘협의하겠다. 이미 하고 있다’ 등 하나마나한 답을 한 것은 추진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다”며 “5·18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말뿐인 기념이 아니라 실질적 이행 약속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장관 면담을 통해 권고안 수용을 직접 요구하는 한편 국회 입법 활동을 통해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