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범죄’ 난리치는데… 사이버수사 인력난 '허덕'

2024-11-14

텔레그램 등 사이버 플랫폼의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찰 사이버 수사 경력 경쟁 채용 전형으로 임용된 약 10%가 경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수사 경채 인력이 수사 과중과 적응 실패로 경찰을 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문성을 지닌 사이버 수사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기수)별 사이버 수사 경채 인원 및 근무자 수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이버 수사 경채 전형(경장급)으로 500명이 임용됐으나 이 중 42명(8.4%)이 경찰을 떠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이 임용된 56명 중 9명(16.1%)이 퇴직해 가장 많았고 이어 2021년 8명(임용 73명, 11.0%), 2015년 7명(임용 55명, 12.7%) 순이었다. 2022년과 지난해 뽑힌 인력은 퇴직 없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과정 중 퇴직한 인원까지 합치면 퇴직자 수는 더욱 늘어난다.

최근 10년간 경찰청은 2022년 경위급 사이버 수사 경채를 진행해 1명을 뽑았고 이외에는 경장급 경채를 매년 수십 명 규모로 진행해왔다. 문제는 경채 인력의 지속적인 이탈에도 올해 신규로 채용하는 사이버 수사 경채 인력은 되레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경채 전형으로 84명이 임용됐으나 올해는 60명이 공고돼 28%가량 감소했다. 반면 경찰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는 24만 1842건으로 전년보다 1만 1487건 늘었지만 검거 건수는 5714건 감소했다.

사이버 수사 경채 인원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수사과에서 적은 인원을 신청해 채용 정원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예산과 인력 측면을 고려해 연초 채용 정원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 경력 채용 제도는 기술적인 전문성을 확보한 인재를 수사 업무에 즉각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이버 수사의 경우 사이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 중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연구한 사람이나 관련 전공 학사 학위를 가지고 2년 이상 근무한 사람, 관련 전공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이 때문에 주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근무하다 사이버 범죄 수사의 꿈을 품게 된 이들의 선택지가 된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이 수사에 뛰어들면서 박봉과 수사 과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올해 기준 사이버 수사 경채 인력들은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6개월간 근무한 후 시도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나 ‘디지털포렌식계’, 경찰서 수사팀 등 사이버 분야에서 5년간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많은 인력이 통합 수사팀(기존 사이버·지능·경제팀을 합친 수사팀)으로 배치되면서 폭증한 사건 처리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경찰서에서 접수한 사건은 61만 89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6% 증가했다. 경찰 용역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지역 경찰서 사이버 수사관은 인당 적정 업무량의 3배를 맡고 있었고 가장 많이 다루는 사건 유형도 사기와 모욕·명예훼손으로 온라인을 매개로 한 사인 간 범죄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위주의적인 경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서울 지역 수사과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은 “사이버 수사 경채 인력 10명 중 2명 정도만 적응하는 현실”이라면서 “조직에서 겉돌다가 못 버티고 다시 사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사이버 수사 인력을 보완하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연구소 소장은 “경력 채용 수사관의 경우 기술과 경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직이 용이한 인재”라면서도 “이들을 경찰 조직에 오래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센티브와 업무 경험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계약학과 등을 통해 사이버 수사 전문 지식 학습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범죄의 활동 무대가 옮겨지는 만큼 기존 수사 기능의 보조적 역할이라는 사이버 수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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