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 중에 ‘미국 나스닥에 투자하는 데 월 분배금을 1%씩 주는 펀드가 있다’며 관련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지수인 S&P500 수익률이 연 11%가 채 되지 않는데 어떻게 매월 안정적으로 1%씩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지만 본인이 실제로 매월 1%씩 받아 왔다고 한다.
질문자가 언급한 상품은 월 배당 커버드콜ETF(상장지수펀드)이다. 커버드콜(covered call)은 주식을 매수하고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옵션을 사면 프리미엄을 지불하지만 옵션을 팔면 프리미엄을 받는다. 콜옵션을 매도하면 채권 이자처럼 프리미엄을 받지만 그 대신 자신의 원금은 불리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월 배당 펀드 수익률 경쟁 가열
변동 심한 주식 투자대상 삼기도
투자자 원금 손실 날 수도 있어
금융사, 위험 명확히 고지해야

이 금융상품의 이익과 손실 구조를 보자. 주가가 상승할 때는 옵션 프리미엄만큼 받고 주가 상승의 혜택은 볼 수 없다. 옵션 프리미엄이 8%이고 주가가 30% 올랐다면 내가 받는 돈은 8%이다. 반면에 주가가 하락하면 ‘주가 하락률 + 옵션 프리미엄’만큼 손실을 본다. 주가가 -30% 하락하면 ‘-30%+8%’가 되어 -22% 손해를 본다. 주가가 횡보하면 좋다. 주식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옵션 프리미엄만큼 벌기 때문이다.
펀드 전체 손익은 이렇게 정해지는데 투자자들은 손익과 무관하게 매달 분배금을 수령하다 보니 전체 손익에 둔감하게 된다. 원금 가치 변동은 보지 않고 분배금 크기만 보는 것이다. 마치 예금 이자처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분배금 크기만 가지고 월 배당 ETF를 선택하는 문제가 있다.
월 배당 상품에서 이런 일이 잦다. 일본은 2010년을 전후해서 월 지급식 펀드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주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2010년말에는 월 지급식 펀드의 순자산이 전체 공모펀드 시장의 44%를 차지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목표로 했지만 경쟁이 붙으면서 점차 위험을 지면서 높은 소득을 찾아갔다.
당시 인기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로 미국의 투기 등급인 하이일드(고수익)채권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엔화를 달러로 바꾸어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고 달러를 헤알화로 환헤지한다. 그러면 높은 고수익채권 금리에 환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다. 위험은? 미국 고수익채권의 가격 하락과 엔화가 헤알화 대비 강세가 될 때다. 고수익채권은 주식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다. 환율과 주가는 그야말로 예측이 어렵다고 하는데 여기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월 지급식 펀드가 소개되면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등장했다. 분배금이 월 0.7%이니 펀드 보수 등을 감안하면 9% 이상 운용 수익이 나야 원금 손실이 없다. 그런데 2008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연 복리로 1.6%이다. 배당을 감안하더라도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원금손실보다 더 큰 위험은 펀드를 산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몰랐으면 자신 노후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이 펀드에 넣었다가 낭패를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화된 상품을 유의해야 한다. 작년에는 홍콩 주가지수에 연동된 ELS(주가연계증권)가 큰 손실을 봤다. 6% 정도 수익을 주는 안정적인 자산이라 생각했는데 주가가 가입 때보다 50% 이상 떨어지면 주가 하락폭만큼 그대로 손실을 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거의 동일한 사건이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에서 있었다. DLF는 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펀드인데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손실률이 -50%를 넘었다. 지인은 그 때 -80% 손실을 봤다. 안타까웠던 것은 60~70대 피해자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저금리기에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준다기에 노후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고 한다.
최근에 월 배당 시장이 커지다 보니 월 배당 커버드콜 ETF는 목표배당수익률을 높이려고 변동성이 큰 주식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에 공짜는 없다. 그만큼 위험은 커진다. 꾸준한 월 배당이라는 말 때문에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간과하면 안 된다. 분배금은 예금 이자가 아니다. 월 배당금 크기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라 월 배당 상품의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금융회사도 분배금을 많이 준다는 사실만 강조하지 말고 분배금 재원이 무엇인지, 원금 손실을 얼마나 볼 수 있으며, 분배금 크기가 변동될 수 있으며, 주가가 상승한다고 수익률이 같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월 배당 금융상품 시장은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잘 성장시켜 평안한 노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토대 위에서 신뢰를 쌓아 올려야 한다. ‘이익을 보면 옳음을 생각하라(見利思義)’는 말을 기억하자.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