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증시 지수 올 들어 9.11%↓... 환율도 최저
재정 건전성 우려... 정책 등 정치 불안 요소 대두
이제야 적자 탈피... NH투자증권, 본격 사업 확장
현지 정치 리스크, 장애 될까... "영향 불가피"
"증시 회복 中... 달러 리스크 측면 말고는 문제없어"
"리테일 핵심 위탁브로커리지... IB 고객층 확대 中"

NH투자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이 현지 재정 불안에 따른 증시 폭락에 이어 경제상황 악화 우려로 위기감이 돌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올해 들어 약 9% 하락했다. 군정부의 복지 지출 확대 정책 시행과 함께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는 NH투자증권 해외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NH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 ‘NH코린도증권(PT. NH Korindo Securities Indonesia)’은 적자를 지속하다 지난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이제야 숨통이 트인 모습이지만, 현지 전역에서 업무를 영위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경제 전반의 악화 흐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IDX)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자카르타종합지수(JKSE)는 지난 27일 기준 6510.62로 올해 초(1월 2일, 7163.21) 대비 9.11% 하락했다.
최근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장중 7% 이상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수 급락과 함께 거래까지 중단됐다.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 환율은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지수는 미국 달러 기준 연초 대비 약 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폭락에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무리한 복지 지출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대상을 확대해 학생 총 8290만명에게 점심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총 소요 예산은 연간 280억달러(한화 약 37조원)에 이른다.
2월부터는 전 국민 약 2억 8000만명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정책도 내놨다. 1인당 비용은 약 17만원 수준이다. 또 국부펀드인 '다난타라' 신설 등으로 재정 악화 우려가 불거졌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스리 물야니 재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발생했고, 그 연장선으로 그의 해임설도 나왔다. 물야니 장관은 2016년부터 재무부 수장을 맡아 엄격한 재정 정책을 통해 건전성을 지켜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수비안토 대통령이 과거 군부 독재자였던 하지 모하맛 수하르토 전 대통령 사위이자, 당시 군부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 따른 정치 불안도 높아졌다. 실제로 그가 집권한 후 군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법안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의회는 군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군인이 겸직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을 기존 10개에서 14개로 늘리고, 군이 수행 가능한 비전투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주로 한다.
인도네시아의 정국 불안에 따른 시장 상황 악화 우려는 국내 증권사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NH투자증권의 어깨가 유독 무거운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시절, 클레몽시큐리티인도네시아(Clemont Securities Indonesia)를 인수하면서 2009년 코린도 그룹과 합작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5년 'NH코린도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바 있다.
NH코린도증권은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지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주식 중개, 투자은행(IB), 채권 중개 업무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인은 그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 총포괄손실은 212억원에 달했고, 그 이후에도 2022년 66억원, 2023년 29억원 등으로 손실을 이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연간 총포괄이익 21억원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실적 개선에 대해 "브로커리지 시장 지위 확대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와 거래에 수반된 위탁 신용공여 이자수익 확대 등 수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간 적자를 낸 배경으로 2019년 현지 대기업 핸슨인터내셔널의 당시 회장 베니 조크로사푸트로에게 거액의 미수거래 자금을 빌려주면서 떠안은 부실 대출 손실이 언급된다. 당시 국내 증권사 여러 곳이 연루되면서 손실을 봤는데, 이때 NH코린도증권의 자금이 가장 많았다.
NH코린도증권은 지난해 3000만달러(약 440억원) 규모의 증자까지 마쳤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역시 올해 초부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연간 전략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이 진출해 있는 국내 증권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증시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현지에서 영업을 이어 나가는 이상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에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도네시아 시장이 높은 성장성을 지닌 것은 확실하다"며 "당장 현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현지 상황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야기가 돌면서 증시가 크게 안 좋아졌지만, 다시 회복 중인 모습"이라며 "달러 관련 리스크 측면을 제외하고는 사업 방향이 크게 바뀌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테일의 경우 핵심 사업은 위탁브로커리지"라며 "투자 여력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 대상으로 현지 주요 도시 내 오프라인 거점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고, 중산층과 젊은 고객에게는 온라인 중심의 영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금융의 경우 인도네시아 증시 내 주요 섹터 기업을 중심으로 한 IPO(기업공개) 영업과 함께, 최근에는 보험, 운용사, 연기금 등 자본시장 내 주요 플레이어 고객층 확대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