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4 XPLUS 중국영화전'이 막을 내린 가운데 최근 서울 소월아트센터에서 마지막 방영 영화인 '주동, 3학년 때 초능력을 잃다'(이하 주동)의 왕쯔촨(王子川) 감독과 한중 관객들이 만나 인터뷰와 함께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 '주동'은 천마행공(天馬行空)의 비범한 생각을 하는 주동(구호 분)이라는 초등학생의 환상 세계를 다룬 영화다.
어느날 부터 갑자기 생각이 현실로 실현되기 시작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주동은 선생님의 벌을 피하려고 애쓰면서 한편으로는 전국 방송체조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왕쯔촨 감독은 인터뷰에서 먼저 영화의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왕쯔촨 감독은 다른 많은 감독과 달리 영화의 재미에 주안점을 뒀다며 제목부터 흥미가 유발되도록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영화 제목 '주동'은 처음에는 다소 생경한 제목이었지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면서 재미가 더해지고 점진적으로 관심을 끄는 타이틀 구조로 발전해 나간다.
왕쯔촨 감독은 어린 시절의 환상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어린 아이인 영화속 주인공은 자신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기면서 라디오 체조에서도 스스로 남과 다른 점을 체감한다.
어린아이의 이런 기발하고 특별한 생각은 영화 스토리의 골간을 갖추는 모티브가 됐고 영화 속 주인공이 품는 감정의 원동력이 됐다.
주동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왕쯔촨 감독은 전통적인 서사의 규칙을 깼다.
왕 감독은 "영화가 어떤 중대한 사건 하나에 치우쳐 흘러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주동의 삶을 좀 더 자유롭게 그려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추구하기보다 독립적인 사건 하나하나를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의 라디오 체조는 스토리가 아닌 일상의 배경일 뿐라며, 관객들이 이야기 줄거리 자체에만 끌리지 말고 극중에 흩어져있는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왕 감독은 "아역 배우 캐스팅은 바다에서 바늘 찾는 격이다. 팀원들과 함께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을 접했고 심지어 무술 학교에 가서 적임자를 찾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웨하오를 비롯한 아역 배우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고 캐스팅 과정을 소개했다.
왕 감독은 아이들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 훈련 과정을 따로 마련했다며 어른들의 경우와 달리 연기는 아이들에게 있어 몰입하기가 쉬운 놀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영화 속 판타지적 요소에 대해 왕 감독은 실물 특수효과 쪽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억지로 특수 효과를 만들려고 컴퓨터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을 피했고, 특히 외계인과 화장실에서 종이 괴물을 먹는 것과 같은 기발한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선 실제 도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왕쯔촨 감독은 실물 제작에 무게를 두는 영화속의 사실적인 소품들은 배우의 리얼리티를 높일 뿐 아니라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데뷔작인 '주동'을 촬영하면서 왕 감독은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쳤다. 시간과 예산의 부족에다 악천후와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직면했지만 고맙게도 모든 어려움을 무난히 극복할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왕 감독은 "촬영 중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시간적 연속성이 헝클어져 촬영 계획을 빠르게 조정해야하는 돌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며 "영화 제작의 난제는 중대한 위기보다는 늘 사소한 곳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왕 감독은 "영화 주동을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자유를 느끼고, 주동 처럼 하늘을 나는(天马行空) 상상의 세계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들이 자유롭게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관객 모두가 영화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림자를 찾아내고 환상으로 가득했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영화 촬영의 전체적인 소감에 대해 왕쯔촨 감독은 "그동안의 연극 경험보다 더 많은 기술적 수단과 창작의 자유를 얻었다. 무대극은 수작업처럼 인원과 기술적 제약이 큰 반면, 영화는 창작자에게 더 많은 도구와 방법을 부여한다. 카메라 언어와 편집을 통한 서사 구축은 영화 창작에서 가장 흥분되는 부분이다.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보람있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감독의 관점이나 어떤 가치관이 강요되기보다는 관객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주동은 베이징 어린이의 유년 시절과 동심 세계를 다룬 것이지만, 개인의 성장 스토리가 지역 경계를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편적인 체험이라고 믿는다"고 왕감독은 덧붙였다.
왕쯔촨 감독은 한국 영화와 감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홍상수나 봉준호,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그들의 창작 과정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2024 엑스플러스 중국영화전'은 중국 영화 문화 전파, 한국 관객들의 중국 영화에 대한 이해증진, 한중 영화인 교류를 목적으로 6~9월 매월 한편의 중국 영화를 소개한 행사다. 서울시 성동문화재단과 서울중국문화센터, 오렌지중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하고 뉴스핌(NEWSPIM)통신이 공식 제휴 매체로 참여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