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미중 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 중인 4차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5년 간 끌어온 틱톡 매각을 허용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이 선물 보따리를 연이어 풀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 시간)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성과물로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보잉 항공기가 구매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미국 보잉사 항공기 500대를 구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무역 갈등이 불거진 후 대두 수입처를 미국에서 브라질로 바꿨고 중국 대두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0%에서 지난해 18%로 감소했다. 7월 기준으로는 브라질산 비중이 90%에 달했고, 미국산은 4%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 측에 미국산 대두 수입량을 4배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은 2개월째 억류했던 미국인 석방에도 협조했다. 로이터통신은 7월 중국에 입국한 뒤 출국 금지를 당한 웰스파고 전무가 석방돼 중국을 벗어났다고 전했다. 애덤 볼러 미 인질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마코 루비오 등 고위급이 참여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양측은 5년 간 끌어온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틱톡 미국 사업을 전담할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지분의 80%를 오라클과 미국계 투자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갖는 방향이다. 틱톡 매각의 핵심 이슈였던 알고리즘도 '미국판 틱톡'에 맞춰 다시 만들기로 협의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중국의 수출 통제 품목으로 기술 이전이 불가했다. 하지만 미국은 틱톡의 알고리즘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 기술진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세부안을 놓고 추가 협상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미국 측 주장을 중국이 상당 부분 수용한 셈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SCMP는 중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고속철도를 타고 상하이 등 다른 도시에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몇년새 급속히 발전한 중국의 경제 및 기술 발전상을 과시할 목적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성사될 경우 내년 시 주석의 답방으로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