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자유는 양에게 죽음" 불평등 심화한 신자유주의 비판[BOOK]

2025-05-02

자유의 길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강국 옮김

아르테

모두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의 심화와 기업의 독점 강화, 세계금융위기까지 불러왔다. 신자유주의는 물질 만능주의를 부추겼고, 이를 통해 배양된 극단적 이기주의가 민주주의와 사회적 결속과 신뢰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을 야기해 경제적·정치적 자유를 훼손했다. 도널드 트럼프란 기이한 지도자의 부상도 결국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이런 주장으로 신자유주의에 맹폭을 가한 이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빌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다. 그의 이 신간을 가득 채운 문제의식은 이렇다. 우파가 ‘자유’라는 개념을 교묘하게 독점하고 왜곡해 신자유주의와 시장의 폭거가 시작됐고 정부의 역할이 축소돼, 그 결과 소수 특권층의 자유만 비대해지고 사회 전체의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가져온 시장의 실패다.

그의 신랄한 비판은 시장주의 경제학의 대표 주자로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을 향한다.

“프리드먼과 하이에크 주장의 핵심은 자유롭고 고삐 풀린 시장이 그 자체로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정부만 멀리 떨어져 간섭하지 않는다면 경쟁 시장은 자생적이고 민주주의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메커니즘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노예’로의 추락을 막으려면 정부를 작게 유지해 주로 재산권과 계약을 집행하는 데 사용하고 공공재 제공이나 규제 또는 재분배를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우선 시장에 대한 전제가 틀렸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정보가 있고 모두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이런 전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당한 권력을 지닌 개인과 기업이 존재하고, 이 힘센 자들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탓에 시장은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설명한다.

시장이 힘센 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니 불평등이 생겨나며 수많은 이들의 자유를 축소한다고 스티글리츠는 주장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늑대의 자유는 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는 정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의 말을 인용했다. 소수 권력자(늑대)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이 수많은 이들(양)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막고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진보적 자본주의’를 내세운다. 정부가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광범위한 세금을 통해 공공투자 등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고 정부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만이 외부효과와 무임승차 문제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 제공이나 재분배, 규제 등에서 정부에 최소한의 역할을 주문했던 시장주의자와 정반대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이 언제나 불완전한 만큼 정부의 개입은 ‘노예의 길’이 아닌 ‘자유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정부의 간섭을 배제한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강조하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원제 The Road to Serfdom)을 패러디해, 자신의 신간에 『자유의 길』(원제 The Road to Freedom: Economics and the Good Society)이란 제목을 붙인 건 새로운 경제 논리를 쓰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다 덮을 때까지 여러 의문이 꼬리를 문다. 시장의 실패와 그로 인한 불평등 해소를 위해 스티글리츠가 주장하는 정부 만능론과 규제 지상주의는 정부 실패를 무시한다는 인상이 짙다. 비대한 정부의 비효율과 관료주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각종 문제, 부정부패까지 정부의 실패도 시장의 실패에 못지않은 부작용과 역효과를 낳는다.

불평등과 그로 인한 사회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걷어 공공투자를 늘리고 분배를 강조하는 건 현실적인 필요성과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해당 재원 마련을 위한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이 책에서 찾기 힘들다. 신자유주의만 쫓아내면 좋은 사회란 해피엔딩이 올까. 규제 완화와 민영화 등을 앞세웠던 신자유주의도 한때는 병든 경제를 살리는 대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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