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겉면 무기질 ‘에나멜’에서 확인
쥐라기 후기에 현재 2.8배 이산화탄소

공룡이 살던 중생대 지구의 대기에는 지금보다 최대 약 3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극심했던 화산 폭발의 영향인데, 이 같은 분석은 공룡 이빨 화석에 흔적을 남긴 당시 대기 조성을 연구해 알아낸 것이다.
5일(현지시간) 독일 괴팅겐대와 마인츠대 소속 연구진은 중생대 쥐라기 후기와 백악기 후기 대기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가 함유돼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분석은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진이 지목한 쥐라기 후기는 약 1억5000만년 전이다. 이때 대기에는 1200ppm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430ppm)의 약 2.8배다. 6600만년 전인 백악관 후기에는 수치(750ppm)가 조금 줄었지만, 역시 지금보다 약 1.7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메우고 있었다.
연구진이 이같이 비교적 정확한 이산화탄소 수치를 뽑아낸 것은 독특한 방법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북미와 아프리카, 유럽에서 발견된 공룡 이빨 화석을 들여다본 것이다.
공룡을 비롯한 동물 이빨 가장 겉면에는 ‘에나멜’이라는 칼슘 성분 물질이 코팅돼 있다. 에나멜은 매우 단단해 음식물을 씹을 때 생기는 압력으로 이빨이 부서지지 않게 한다.
그런데 에나멜은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물은 물론 대기 중 기체와 접촉하면서 화학적 변형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공룡 이빨의 에나멜을 정밀 분석해 쥐라기와 백악기 당시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를 알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쥐라기·백악기 후기에 유독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았던 것에 대해 “대규모 화산 폭발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산 폭발 때 나오는 가스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공급 지역 중 하나로 현재 인도 중서부에 형성된 ‘데칸 트랩’이라는 거대 화성암 지대를 지목했다. 데칸 트랩은 6600만년 전 발생한 거대 화산 폭발의 흔적이다.
연구진은 “다량의 이산화탄소는 당시 살던 식물의 광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2억5000만년 전 지구 생물의 80%가 사라진 사건인 ‘대멸종’의 원인도 이산화탄소 급증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당시 살았던 생물의 이빨 분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