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상백의 시대는 끝났다…대세는 스몰백

2025-07-19

스몰백으로 챙긴 패션

스마트폰 하나, 간결한 외출 일상

이른바 ‘스몰백’이라 불리는 작은 핸드백 바람이 거세다. 과거에는 노트북, 서류, 각종 개인용품을 담는 빅백이나 토트백이 주류였지만, 최근 작고 가벼운 미니백이 런웨이부터 스트리트까지 패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상반기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일제히 스몰백을 신상품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프랑스 브랜드 알라이아의 ‘르 테켈’ 백이 대표적이다. 닥스훈트 강아지의 길쭉한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이 가방은 독특한 형태 덕분에 패셔니스타들의 ‘잇백’으로 떠올랐다. 이어 프라다, 미우미우, 코치, 카이트 등은 가로로 길게 늘어진 미니백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복고풍 디자인 역시 스몰백 추세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볼링백(Bowling Bag)과 벨티드백(Belted Bag)은 세련된 색상과 고급 소재를 입으며 ‘주말룩’부터 ‘출근룩’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짧은 끈으로 어깨에 딱 붙게 드는 반달형 가방, 미니 호보백 역시 Y2K 회귀 유행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재 측면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여름 시즌을 맞아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난 라피아(야자수 잎 섬유), 크로셰(코바늘 니트), 메시(망사)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소재는 손뜨개 느낌과 자연친화적 질감으로 리조트룩과 도심룩을 아우른다.

이에 따라 보테가 베네타, 더 로우, 로에베 등 명품 브랜드들은 자연 소재와 공예 방식을 접목한 친환경 가방을 잇달아 선보이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이런 유행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25SS 가방 트렌드·신상품 제안 보고서’를 통해 “닥스훈트처럼 길쭉한 ‘닥스훈트 백’,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모양을 뜻하는 ‘이스트-웨스트 백’, 바게트빵을 닮은 ‘바게트 백’ 등이 올해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몰백을 2개 이상 겹쳐 메거나 체인 스트랩으로 크로스백처럼 연출하는 등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살린 다양한 착용법이 주목받고 있다. 패션 인플루언서 이재영씨는 “최소한의 소지품만 넣어도 충분히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작고 가벼운 가방이야말로 미니멀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액세서리”라고 말했다.

스몰백 열풍의 배경에는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카드지갑, 립스틱 정도만 챙기는 간결한 외출이 일상이 되면서 더 큰 가방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덜 소유하고, 더 가볍게’라는 가치 소비 흐름이 맞물리며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고급 소재로 완성된 스몰백의 매력이 한층 주목받게 됐다.

작지만 다양한 형태와 착용법을 품은 스몰백은 이제 스타일 실험의 중심에 있다. 조수아 패션 디자이너는 “달라진 생활 방식을 반영한 스몰백은 소재와 정교한 장식 요소가 강화되어 패션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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