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전략' 내건 李정부…소득·자산 양극화도 개선될까

2025-09-03

새정부 성장전략·예산안 마무리…'성장' 부각했지만 사회이동성·구조개혁은 후순위

'진짜 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과 확장재정 예산안이 마무리되면서 경기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역대급으로 장기화했던 소비 부진도 최근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주춤한 한국 경제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등 초혁신기술에 정부 지원책이 집중되면서 소득·자산 양극화 문제는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자산 양극화로 옮아간 소득 불평등…사회 이동성 후퇴

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5배로, 작년 동기(5.36배)보다 0.09배 확대됐다.

이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배율이 커질수록 분배가 나빠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악화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은 자산 양극화로 옮겨붙었다.

작년 귀속분 증여세 결정 현황을 보면 만0세 554명(증여건수)이 받은 금융자산은 390억원으로 집계됐다. 태어나자마자 1인당 평균 7천만원을 증여받은 셈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태어나자마자 금융자산을 받아 증여세를 낸 아이는 102명, 증여재산가액은 101억원 늘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3년 자산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5천500만원으로 하위 10% 평균 가액(3천100만원)의 40.5배 수준이다.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기준으로 작성된 한국의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2018년부터 5년 연속 상승세다. 2022년 0.606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0.605)에는 사실상 전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양극화 심화는 사회 이동성을 방해해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제약하는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이 지난해 처음 발표한 '소득이동 통계 개발 결과'를 보면 2022년 소득 분위가 전년과 비교해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9%였다. 나머지 65.1%는 전년과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물렀다.

소득분위 이동성은 2019→2020년 35.8%, 2020→2021년 35.0% 등 2년째 하락세다. 열심히 노력해도 그만큼 소득 상위계층으로 올라서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예산안 공개됐지만 양극화 대책은 '글쎄'

소득·자산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의지는 성장 잠재력 고갈 위기에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2010년 3%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대 후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주된 원인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경제 성장전략과 예산안에서 AI·초혁신경제 등에 대한 집중 투자를 부각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AI 등 기술 발전이 거듭될수록 소득·자산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한은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기술의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사회안전망 강화 등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경제 성장전략과 예산안에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초래될 수 있는 양극화 심화 우려와 이에 대한 대책은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 양극화 대책도 구조개혁에 대한 고민 없이 기존의 복지정책을 소폭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매년 벌어지는 자산 격차는 부동산 시장 과열, 가계대출 폭증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관련 사회적 논의는 현안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술 격차, 노동시장 혼란 등 AI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최근 글로벌 논의와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등 신기술은 진흥 정책도 필요하지만 규제도 필요한 것"이라며 "정부는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원복하기로 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종목당 50억→10억원)도 '주식 부양' 여론에 밀려 다시 수위 조절 중이다.

자산 양극화를 키우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로 지목해 '원복'을 선언했지만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권의 요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아직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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