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도 직접 홍보 나섰다...은행권, '수수료 확보' 채비 한창

2024-10-23

[FETV=권지현 기자] "미래 경쟁력은 WM(자산관리)이다."

최근 은행권 움직임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낸 문장이 있을까. 은행들이 비이자 부문의 '수수료이익'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금리 인하 시기로 접어든 데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일반화되면서 은행권의 금리정책운용 폭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하 사이클을 처음으로 직면한 은행들은 그사이 세대를 막론하고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틈을 타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수수료이익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하나, '그룹 총력' 브랜드 출범 vs 농협, LG CNS와 기술 구축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를 출범시켰다. 대형 금융그룹이 특정 집단을 겨냥해 자산관리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올해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고객 확보를 위해 '뉴시니어' 단어를 사용, 기존 시니어층 외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이후 삶에 관심 있는 금융소비자까지 이 브랜드 대상 범위에 포함시켰다.

하나금융은 은행·증권·생명보험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은퇴설계, 상속·증여, 건강관리 등 금융·비금융 서비스 전반을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그룹차원에서도 이번 자산관리 브랜드에 공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시니어의 소중한 인생 2막을 위한 하나금융만의 솔루션'이라는 하나 더 넥스트의 슬로건을 직접 언급, "하나 더 넥스트는 라이프케어 전반에서 새로운 경험"이라며 홍보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현재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는 지난 2020년 시중은행 처음으로 연금·은퇴 자산관리 전문 종합 센터로 설립, 현재 전국 1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고객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전문가와 1:1 전화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방문해 자산관리 상담만 완료해도 내달까지 경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전문가들이 2만7000건이 이상 상담한 노하우가 들어간 맞춤형 연금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자산관리 기술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LG CNS와 함께 진행한 '차세대 WM 시스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차세대 WM시스템은 고객의 투자 스타일과 자산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화된 투자 전략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쿼터백그룹과 손잡았다. 쿼터백그룹은 국내 최초 마이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으로, 로보어드바이저(RA)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은 쿼터백그룹 시스템을 활용해 금융투자자문 프로세스 체계를 완성하고 실무 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김용욱 투자상품·자산관리부문 부행장은 "고객자산분석 및 데이터를 활용한 체계화된 고객관리로 초개인화된 종합자산관리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은행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공짜' 인식에 포트폴리오 영업 초점

은행들이 수수료 주된 수입원으로 '자산관리'를 택한 건 이 부문이 다른 비이자 영역보다 수입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하락 국면을 생각하면 은행들은 그간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하던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율의 상향조정이 절실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새로운 수수료 수입원을 발굴하거나 기존 영업전략을 수정해 수수료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세대를 불문하고 높아진 '자산' 관심에 상대적으로 큰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부문이다. 수수료이익은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부터 지급결제수수료, 외환거래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은행들은 WM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판매수수료(commission) 외에 자문수수료(fee)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객의 운용자산(AUM)을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영업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은행은 안정적인 비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은 수익과 함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펀드·방카 등 개별 상품판매 중심의 WM 영업은 고객 수익과의 이해상충 및 불완전판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래 이익창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은 '핵심예금 증대'라는 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비이자이익, 특히 수수료 비즈니스의 영업기회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수익구조의 균형과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수수료수입의 확대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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