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 칩, 中서 보안 우려…삼성·SK, HBM 공급 변수 주시

2025-08-04

미국은 수출 허용, 중국은 보안 문제로 견제

삼성·하이닉스 HBM 탑재…공급 변수 관측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 'H20'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H20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당국이 백도어(보안 체계를 우회해 시스템에 접근하는 기능) 가능성을 제기하며 판매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H20에 삼성전자의 HBM3와 SK하이닉스의 HBM3E가 탑재된 만큼, 국내 메모리 공급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국, 엔비디아에 보안 문제 제기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엔비디아에 H20의 보안 리스크를 설명하고 관련 증명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엔비디아의 컴퓨팅 파워 칩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도 "일부 해외에서 생산된 칩이나 스마트 장비, 소프트웨어 등은 설계·제조 단계에서 고의로 미리 심어둔 백도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도어는 보안 체계를 우회해 시스템에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 미리 심어 둔 통로를 뜻한다.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AI 칩에 백도어가 존재할 경우 대규모 정보 유출이나 원격 제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안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된다.

이에 엔비디아는 성명을 내고 "우리 칩에는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가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최근 대만 TSMC에 H20 30만개를 추가 발주하며 중국 판매 재개를 준비하던 엔비디아로서는 시장 혼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급 차질 우려는 제한적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H20에 4세대 HBM3를 공급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3E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중 규제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8000억원 줄어든 상황에서 HBM 공급 정상화가 절실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3E가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검증(퀄테스트)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HBM3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20 공급 재개가 이뤄진 지 얼마 안 돼서 제품 수요를 구체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제재 전까지 공급 이력이 있는 만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H20 판매 지연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H20은 중국 전용으로 설계된 모델이라 최신 제품군에 비해 가격과 사양이 낮고 탑재되는 HBM도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편"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어 일부 물량 차질이 생기더라도 다른 수요처로 조정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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