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의 이면...지자체 출판·도서관 예산 '싹뚝'

2024-10-13

소설가 한강씨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독서광풍이 불고 있지만, 이런 영광이 다시 가능해지려면 출판·도서 관련 예산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출판제작 예산이 전액 삭감되거나 당장 올해년도 희망도서 구입비가 예산 부족으로 일찍 소진되는 등 역행하는 정책들이 대다수여서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한강 작가를 호명하며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전했다.

수상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다음날 전국적으로 30만부가 팔리면서 판매 집계 조차 어려울 정도로 출판계의 호기를 불러왔다.

하지만 이런 반가운 소식의 이면엔 출판·도서 정책의 삭감 내지 폐지 등 호재를 가로막는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올해 정부는 출판 관련 예산을 45억원 삭감했다. 이로 인해 출판 제작지원 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지됐으며, 독서문화 증진 지원사업이나 독서 아카데미 운영, 독서 동아리 활동 등 풀뿌리 독서문화를 키우려는 모든 사업들도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예산이 줄어들었다.

빈부에 상관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대한민국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공간인 도서관 지원예산도 칼질당했다.

특히, 시민들의 독서 향유권을 위해 매년 일정 예산으로 운영 돼 온 '희망도서 구비사업'은 한 해를 버틸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서울의 일부 자치구는 이미 상반기에 도서구입 예산이 모두 소진됐으며, 일부 구는 아예 올해는 희망도서를 신청받지 않는다는 안내를 해야 했다.

이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책의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는 지난해 희망도서 구입예산이 1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40%가 줄어든 6억원에 그쳤다.

그 결과 전주 시립도서관의 희망도서 구입은 지난 8월 초 이미 예산 소진으로 중단됐으며, 현재 신청된 도서는 내년에나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식의 실핏줄이 되어주고 있는 작은도서관 역시 도내 10곳 중 1곳이 폐관될 정도여서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출판·독서문화의 존립을 기대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올해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다른 사업들과 맞물리면서 예산을 따내기 쉽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예년 수준을 원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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