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폭발물 탐지’ 경찰견도 이 사람 앞에선 발라당~···수의사 김 경위의 ‘마법의 손’

2025-11-03

지난달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북 경주 한화리조트 앞에 임시 ‘동물병원’이 차려졌다. 환자들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장에 폭발물이 있는지 미리 탐지하는 경찰견들이다. 전국에서 온 경찰견들은 이날부터 지난 1일까지 경찰견종합훈련센터와 경상대 수의과, 부산여대 동물보건과가 함께 꾸린 ‘경찰견 현장 의료지원팀’을 찾아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검사를 받았다.

이날 경북경찰청 소속인 경찰견 ‘탐’이 수의사 자격이 있는 김세민 경위(47) 앞에서 배를 보이며 드러누웠다. 특공대원들의 동료이자 친구인 경찰견은 평소 늠름한 모습으로 작전 현장을 누비지만, 수의사 앞에서는 가정집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과 다를 바 없이 순한 표정을 지었다.

김 경위는 “경찰견의 변이 묽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분변·혈액 검사를 해보니 대장염이라는 진단이 나와 수액과 약물 조치를 해줬다”며 “전국에서 행사장까지 오랜 시간 이동해 낯선 환경에 와서 생긴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경찰견을 위해 진드기나 기생충 퇴치 약물을 처방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수의사가 된 뒤 2003년부터 5년 동안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스리랑카에서 공중보건수의사로 활동했었다. 그러다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와 불안한 정치 상황을 겪으면서 좀 더 적극적인 일을 하고 싶어 싱할라어(스리랑카 제1언어) 특채로 2010년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에 입문한 뒤에는 외사 쪽 업무를 오래 맡았다.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탓에 2018년부터 경찰청에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수배범을 송환하는 등 국제공조 업무를 했다. 2023년부터 지역경찰관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청량리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파출소 근무 중에도 수의사로서의 경험을 활용하는 순간들이 있다. ‘맹견에 입마개를 안 씌우고 산책한다’는 신고가 있으면, 동물보호법상 맹견에 포함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 공포심을 느끼게 했을 때는 경범죄처벌법으로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김 경위는 경찰 내부는 물론,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나 민간 대학 등에서 강의 활동도 하고 있다. 경찰과 수의사, 동물과 법이라는 낯선 조합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나눈다. 지난해 서울디지털대에서 강의를 맡게 된 ‘반려동물탐정론’은 1학기 강의평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 경위는 “경찰견의 역할과 임무가 확대되고 있는데, 그럴수록 의료적인 지원뿐 아니라 복지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며 “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커나가고 있어서 전문성을 가진 경찰관들이 다양한 역할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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